키토김밥에 대한 단상

Thick description(질적연구방법론 워크샵에서 배운대로)

by matilda

한 때라고 하기엔 지금도, 각종 다이어트 방법이 성행하는 가운데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한으로 하는 ‘키토’방식이 뜨겁다. 당시 훌륭한 식단으로 떠오른 것이 키토김밥인데 일반적 김밥과 달리 밥이 아닌 계란지단으로 속을 꽉꽉 채워넣어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높이는 원리이다. 재료단가가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어느 동네에서는 8000원의 가격에 팔리는 등 김밥의 고급화에 앞장섰던 그 김밥을, 나는 ‘차라리 그 돈이면 국밥을 사먹지’라는 일념으로 배제했어서 실물을 영접할 기회는 없었다.


지난 주, 질적연구방법론 워크숍 점심에서 키토김밥을 마주했을 때의 내 기분은, 적어도 여기에 낸 회비가 알차게 돌아왔구나와 동시에 단무지, 묵은지도 없는 이 김밥이 어떤 맛을 낼까 하는 궁금증으로 가득찼다. 참기름 바른 윤기나는 김 안에 얇게 펴바른 듯한 밥 한 겹과 포슬포슬한 계란 지단, 어묵, 다진 청양고추 그리고 바닥으로 뚝뚝흐르는 넘쳐나는 양의 깨가 김밥의 첫 인상이었다. 한입에 넣기 힘들정도로 커서 심호흡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힘들게 욱여넣으면 볼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고, 저작운동을 하는데는 평소 식사보다 많은 힘이 소요되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기면 향긋한 김냄새와 고소한 깨의 향기가 끝맛으로 남는다. 단무지같이 변주를 줄 수 있는 맛이 없어도 청양고추가 그 역할을 충분히 대신하고 있었고 과하지 않은 매움과 적당한 짠맛으로 계란의 심심한 맛을 보충해주었다.


평소 김밥 한줄이면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이 김밥은 일단 먹는데 충분한 노력을 들이게 함으로써 만족감을 주고, 의도치 않은 긴 저작운동을 통해 포만감이 뇌에 전달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줌으로써 한줄을 먹은 후에는 든든해서 식곤증이 몰려올 정도였다. 다이어트에 중요한 것은 성분이기도 하지만 외부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속임수가 도움이 되는구나라고 사람의 뇌는 어쩌면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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