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상황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자취를 감춘 새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몇 마리의 새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 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 침묵의 봄 中-
'환경'이라는 용어 조차 낯선 시절,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좋은 것만 가져주리라 믿던 시절,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은 환경 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룬 책을 씁니다.
환경 분야 최고의 고전이 된 <침묵의 봄>입니다.
이 책은 기업과 언론의 방해 공작에 출간되었고,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이 책은 환경 문제를 이슈화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환경 문제는 60여년 전 이 책이 출간된 후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정말 큰일난다'며 나라에서 반위협적인 메시지를 보내도 사람들은 환경 문제에 미적지근했습니다.
그랬던 사람들이 환경에 엄청나게 관심을 쏟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언젠가'가 바로 눈 앞으로 왔기 때문이죠. 극단적인 기상 현상, 환경 재해로 당장 내 먹거리에, 내 일상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맞이한 침묵에 봄에 '그린 스완(Green Swan, 녹색 백조)'가 나타난 것입니다. 불확신한 위험의 '블랙 스완'에 버금가는 무서운 백조입니다. 이 그린 스완은 환경 문제가 경제의 위기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린 스완의 등장에 무서움을 느낀 사람들은 사회 일원으로서 뿐 아니라, 경제적 소비자로서도 친환경, 가치, 의미있는 소비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죠. 심지어 불편함과 높은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환경과 사회에 좋은 제품을 사겠다고 합니다.
기업들도 숨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움직이면 기업들도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죠. 특히 친환경과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 알파세대가 부상하며 기업들은 친환경에 더욱 부단히 노력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경영계에서는 '친환경 경영'이라는 용어 보다는 '지속가능경영'으로 주로 쓰입니다. 또 이 지속가능경영에는 '환경(Environment)' 뿐 아니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앞 글자를 딴 'ESG 경영'이라고도 많이 불리죠.
ESG가 폭발적 관심을 받게 된 보다 직접적 계기가 있었습니다. ESG가 돈의 흐름을 움직이는 '큰 손'이 된 것인데요. 그 촉발의 계기는 '세계적 큰 손'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Larry Fink 회장이 기업 투자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움직였고, 세계의 기업들의 관심까지 증폭되었습니다. 경영계에 ESG는 그야말로 광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ESG는 기업의 생존 부등식에까지 들어왔습니다. 말 그대로 안하면 죽는 것이 되이 되었죠. 그린 스완의 위협은 실로 무시무시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ESG 전에도 '착한 경영'은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주로 기업의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부차적으로 하는 것이었죠.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형태로, 기업이 공해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니 사회에 '공헌'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의 식이었습니다.
이는 이후 착한 일을 하면서 오히려 돈을 버는 CSV(공유가치창출, Creating Shared Value)로 진화했습니다. 이른바 '착한 일의 비즈니스화'입니다. 기존의 CSR 등 착한 경영은 지속가능하지 못했습니다. 시간과 돈의 투입이 계속해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CSV은 사회적 과제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며 수익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착한일을 보다 오래할 수 있게 했죠.
그 이후 기업에게 있어 '착하다'는 것은 ESG로 구체화됩니다. 즉, 환경을 지키고, 사람을 돌보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이 바로 '착한 경영'이라는 것입니다.
- E(환경): 환경을 지켜라
- S(사회): 주주 뿐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도 존중하라
- G(지배구조):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경영하라
"착한 기업은 ESG,
E(환경을 지키고) S(사람을 돌보고), G(투명한 경영)을
하는 것으로 구체화 됐다"
기존의 착한 기업에서 그랬듯, ESG경영에서도 마찬가지로 오래할 수 있느냐의 '지속가능성'이 이슈입니다. 처음에 ESG경영은 '탄소 배출 얼마 이하' 등의 규제를 피하는 '규제 회피식'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척'만 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도 문제가 되었죠. 하지만 ESG경영은 적어도 향후 몇 십년간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 자명해졌습니다. 착한 일도 꾸준함이 중요하듯, 착한 ESG경영도 오래하는 것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즉, '돈 쓰는 CSR'이 '돈 버는 CSV'로 진화했듯, '돈 쓰는 ESG'에서 '돈 버는 ESG'로의 전환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ESG는 비즈니스 모델과 비즈니스 활동의 중심으로 들어왔습니다. 오스테드는 비즈니스 모델을 아예 바꾸는 데 성공했죠. 이 기업은 화석연료 발전기업에서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심지어 한 담배 회사는 담배를 포기했습니다. 필립모리스 얘기인데요. 담배 대신 웰빙,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 제품을 개발하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필립모리스는 포브스 선정 '넷제로 리더' 미국 1위로 등극하는 등 ESG경영 선도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죠.
ESG는 비즈니스 모델 뿐 아니라 기업의 문화, 경영 방식에까지 들어왔는데요. 유니레버는 경영에서 ESG를 1순위에 둡니다.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삶 계획(USLP, 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장기적 사업모델을 바꾸고 미래 전략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맞게 물 소비를 줄이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등 제품도 개선했습니다. 핵심성과지표도 직원, 고객을 넘어 더 넓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개편했죠. 즉, 평가도구에까지 USLP를 반영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이 전략을 추진하는 방편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유니레버는 경영 실적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유니레버는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하는 사업 모델이 더 큰 성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SG 활동은 경쟁사가 모방하기 힘든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경쟁사를 이기는 경쟁우위를 만듭니다.
현재 경영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인공지능(AI)와 ESG일 것입니다. ESG는 AI 다음으로, 혹은 그만큼이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SG와 AI의 만남을 통해 더 강력한 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은 ESG를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AI는 엄청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정확하게 분석해 냅니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를 모니터링하거나, 사회적 문제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하는 등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 두 대세의 만남을 성사시키고, 더 깊이 융합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계의 큰 과제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변곡점은 늘 위기와 기회가 함께였습니다. 2등에게, 약자에게는 늘 역전의 기회였다. 역사는 늘 그래왔죠.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전통 기업인 시어즈 백화점, K마트, 전통 서점과 호텔 등이 사라졌고, 디지털을 앞세운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는 떠올랐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은 지금 시대에서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 줄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키워드가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이 '지속가능경영'을 "대역전의 기회"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위기의 기업들은 이 큰 이슈를 반갑게 맞이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린스완은 분명 "위기"를 가져왔죠. 하지만 "기회"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그린오션이라는 망대한 블루오션을 선점하라.
그리고 그린오션의 아마존, 우버가 되기를 꿈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