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에서 처음 만난 ‘미모사’

함수초(含羞草), Mimosa pudica L.

by 경인

중고등학교 시절 생물시간에 ‘미모사’ 잎을 건드리면 오므라든다는 사실을 배웠으나 실물을 본 적은 없었다. 요즈음이야 학생들이 직접 미모사를 볼 기회가 많겠지만, 옛날 시골 학교에는 변변한 식물도감조차 없었다. 식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전국의 숲과 들로 답사를 다니면서도 미모사는 보지 못했다. 이렇게 미모사는 오랫동안 나에게 이름만 겨우 기억하는 식물이었다.


미모사 꽃 (2026.1.23 나트랑)


올 겨울 대한 추위가 엄습했을 무렵 우리 가족은 따뜻한 지방을 찾아 베트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이 여행에서 처음 미모사를 만났다. 여행 첫날 점심 나절에 나트랑 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잠시 환전을 위해 거리를 걸었다. 대부분 이름을 모르는 열대 식물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나는 뒤처져서 천천히 걸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인도 옆 화단 가에 자라고 있는 작은 구슬 모양의 분홍빛 털복숭이 꽃이었다. 초본 식물인데, 잎 모양은 우리나라의 자귀풀(Aeschynomene indica) 같기도 하고 차풀(Chamaecrista nomame) 같기도 했다. 꽃 모양이 예뻐서 쪼그려 앉아 몇 컷 사진에 담았다.


미모사 꽃과 잎 (2026.1.23 나트랑)
자귀풀 (2023.8.14 화성)
차풀 (2023.8.12 평창)


여행에 다녀온 후, 나트랑에서 촬영한 식물 사진을 정리하면서 이름을 찾아보니 미모사였다. 학명은 Mimosa pudica, 브라질 등 남미 원산이다. 나트랑의 길거리에서 우연히 찍은 자그마한 꽃이 생물시간에 배웠던 바로 그 미모사라니 놀랍고도 반가웠다. 한참 동안 나는 사진에 찍힌 미모사의 꽃이며 잎이며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갑자기 옛날에 배웠던 생물 교과서에 미모사가 어떻게 설명되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학창시절 교과서가 지금껏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대신 내 서재에 있는 해방시기 식물 교과서를 포함하여 그동안 수집한 각종 식물 서적을 뒤지며 미모사를 찾아보았다.


『조선식물향명집』(1937)과 『조선식물명집 1 초본편』(1949)에는 미모사가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정태현 편찬 『한국식물도감 하 – 초본부』(1956)에도 없었다. 그렇지만 해방 직후 생물교과서에서는 미모사를 자세히 다루고 있었다. 이덕봉이 지은 중학교 초급용 교과서 『일반과학 식물계』(1947, 건국사판)에 ‘함수초(含羞草)’라는 이름으로 미모사가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는 것이었다.


1947년 이덕봉 저, 해방 시기 식물교과서 <일반과학 식물계>와 미모사(함수초)의 국부운동

“식물이라고 하면 바람이나 불어야 흔들리고 그렇지 않으면 의례히 한곳에 뿌리를 꽉 박은채 죽는 날 까지 제 스스로는 꼼짝달싹 못하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기 쉬웁다. 물론 고등식물은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것이 아니나 하등식물 중에는 몸뚱이 전체를 버러지처럼 운동하는 것도 있는데 이것을 전신운동(全身運動)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등식물 중에도 전신운동은 못하나 一部分만 운동하는 것이 많다. 이것을 국부운동(局部運動)이라고 한다. 국부운동하는 식물 중에 유명한 것은 ‘함수초(含羞草)인데 잎을 건드리기만 하면 재빠르게 잎을 겹치면서 아래로 축 늘어 트린다. 그 운동이 얼마나 빠르고 그 감각(感覺)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pp.59~60 식물의 운동)


이덕봉과 이덕상 같이 지은 『일반과학 식물계』(1949)의 ‘식물도 운동을 하는가?’ 부분에도 위와 같은 내용이 전재되어 있었다. 이 책의 식물 이름 색인에는 함수초 대신 ‘미모사(オジギソウ)’가 수록되어 있어서 함수초가 미모사의 별명임을 알 수 있다. 직접 확인은 못했지만, 일제강점기 생물 교과서에도 미모사는 아마도 있었을 것이다. 생물 교과서가 먼저 소개한 미모사는 드디어 이영노와 주상우가 공저한 『한국식물도감』 (1956)에 다음과 같이 수록되었다.



“미모사(含羞草) Mimosa pudica Linne 콩과. 남미(南美) 원산으로, 꽃이 아름다운 것과 잎이 자극에 민감한 점에서 많이 재배된다. 원래는 여러해살이었으나, 보통 한해살이다. 줄기의 높이 30cm 가량이고 가는 털과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금나며 깃조각은 손꼴로 2쌍이고, 많은 줄꼴의 꼬마잎이 마주난다. 여름철, 공꼴로 모인 연분홍빛 꽃이 핀다. 꽃받침은 분명ㅎ지 않으며 꽃잎은 넷으로 갈라지고 긴 수술 4, 암술 1이며, 콩꼬투리는 3개의 씨와 털과 마디를 가진다.”



미모사 (이영노, 주상우 <한국식물도감>, 1956)


이와 함께 『큰사전』(1957)도 다음과 같이 ‘함수-초’를 표제어로 수록했다.


“함수-초 「含羞草」 「이」 콩과(豆科)에 딸린 일년생 풀. 줄기의 높이는 20–25 cm, 잎은 복엽, 총엽병(總葉柄)의 끝에 네 가지가 벌고 가지마다 잔잎이 많은데, 그것을 건드리면 닫아서 합하므로 부끄럼을 탄다는 뜻에서 이 이름을 지음. 여름에 나비 모양의 불그스름한 꽃이 모여 피어서 공 모양을 이룸. 열매는 꼬투리로 되었음.”


그렇다면 이 남미 원산의 미모사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이덕봉이 생물 교과서에서 ‘함수초(含羞草)’를 소개한 1947년에는 이미 도입되어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원예학자 츠카모토 요타로(塚本洋太郞)의 『원색원예식물도감』(1980)에서는 미모사가 “1638년에 유럽에 들어왔고, 일본에는 덴포 12년(1841년)에 네덜란드인이 가져온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만약 미모사가 일본에서 왔다면, 우리나라에는 구한말이나 일제강점기에 도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모사의 중국명이 ‘함수초(含羞草)’이고 해방 후 한동안 미모사가 ‘함수초’로 불린 것을 보면 중국에서 도입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대 국어사전에는 주로 함수초 대신 ‘미모사’가 주요 표제어로 쓰인다. “잎이 민감하여 동물의 흉내를 낸다”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는 외래어 ‘미모사(Mimosa)가 “부끄러움을 머금은 풀”이라는 뜻의 번안어 ‘함수초’를 이긴 것이다. 현재 통용되는 식물도감류는 대개 ‘미모사’를 수록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간행『국가표준재배식물목록(개정)』(2016)에도, 추천명 '미모사'로 Mimosa pudica가 수록되어 있다. 미모사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식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김준민 등의 『한국의 귀화식물』(2000)이나 박수현의 『한국귀화식물원색도감』에는 미모사가 없다. 약 1100여 종의 “우리 들에 사는 꽃들의 모든 것”을 수록했다는 김진석 등의 『한국의 들꽃』(2018)에도 미모사는 찾을 수 없다.


미모사 (2026.1.23 나트랑)


원산지가 말해주듯이 미모사는 따뜻한 지방을 좋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노지에서 월동되지 않아 야생 식물로는 아직 귀화하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따뜻한 나라인 베트남 등지에는 미모사가 귀화 식물로 정착해서 잘 자란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이름으로만 기억하던 미모사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나트랑에서 미모사임을 알아 보았다면 손으로 잎을 살짝 건드려보았을 터인데 .... 하루종일 각종 식물도감과 사전, 해방 직후의 옛날 교과서 등에서 미모사 기록을 찾아 탐구하고 나니 미모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 이제 미모사를 노래한 시도 찾아봐야겠다. “건드리기만 하면 재빠르게 잎을 겹치면서 아래로 축 늘어 트린다. 그 운동이 얼마나 빠르고 그 감각(感覺)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식물학자 이덕봉이 묘사한 미모사를 시인들은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끝)


* ミモサ (Mimosa pudica L.) まめ科 … 本種の種名 pudica は,"恥かしがる" という意味で,英名は Sensitive plant,和名オジギソウである。熱帯アメリカ原産で1638年に欧州に入り,日本には天保12年(1841年)にオランダ人がもたらしたもの。高さ 30cmで,葉が刺激によって閉じる性質は有名である。栽培は簡単で,春まきすれば夏から秋にかけて生長し開花する。鉢植えとして愛好されている。属の染色体基本数は x = 13, 14 で,本種は 2n=52 である。- 『原色園藝植物圖鑑 Vol. I』(塚本洋太郞, 1980)

** 미모사의 도입 경로나 시기는 앞으로 누군가 밝힐 것으로 보인다.

+ 표지사진 : 미모사 (2026.1.23 나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