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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인 Nov 24. 2023

<예기禮記> 월령月令의 무궁화에 대하여

최근에 최선생이 “근목근영일명순(槿木菫榮一名舜) 해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다. 뜻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대강 이 구절을 7언 시구로 생각하고 “근목槿木(무궁화 나무)은 근영菫榮(근의 꽃)이니 일명 순舜이다”라고 끊어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는데, 영 뜻이 매끄럽게 통하지는 않았다. 


이 구절이 7언시의 한 구절인지 물어보니, <예기> 월령月令 편에 나오는 구절이고, 중하仲夏절에 “반하생半夏生, 목근영木菫榮”과 관련된 구절이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목근木菫 영榮이므로, 즉 목근 꽃이 피는 것이므로, 근槿은 목근木堇이며 그 영榮은 일명 순舜이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의견을 주었다. 7언으로 된 시구로 생각해서 이렇게 해석해 보았으나, 산뜻하게 뜻이 통하지는 않아서, <강희자전康熙字典>과 <예기> 원문을 찾아봐야 하겠다고 알렸다.


(좌) 예기 월령의 "반하생 목근영", (우) 강희자전 근槿


<강희자전>에는 근槿의 설명 중 하나로 “【禮·月令】 木堇榮. 一名舜”이 있었다. 최선생이 보내준 7글자 중 6글자가 보이는데, 뜻은 “<예기> 월령에, ‘목근木堇 꽃이 핀다. 일명 순舜이다.‘”이다. <예기> 원문을 찾아보니, 월령 중하仲夏 부분에 “녹각鹿角이 떨어지고,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반하半夏가 나고, 목근木堇은 꽃핀다”*가 있고, “일명 순舜”은 “목근영木堇榮”의 주석 부분에 있는 것이었다. 


예기주소 목근영 및 그 주석

비로소 7글자의 뜻이 명확하게 통한다. 이 7글자는 7언의 시 구절이 아니라, 근槿이라는 글자의 해설을 위해 <예기> 월령의 3글자를 따오고, 이 3글자의 주석 3글자가 합쳐진 것이었다. 즉, 풀어서 해석하자면 “근槿, (월령 중하仲夏에) ‘목근木菫 꽃이 핀다(榮)’가 있다. (목근木菫은) 일명 순舜이다.”가 된다. 물론 근槿, 목근木菫, 순舜은 모두 무궁화를 뜻한다. 이 해석을 알려주니, 최선생도 이제 뜻이 통한다고 하신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춘추시대 문헌인 <예기> 월령에 목근木菫으로 표기된 것이 근槿이라면, 초본성 근菫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궁화 꽃이 중국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흥미가 생겨서 월령에 나오는 꽃을 더 조사해보았다. 


예기 월령에서 계절을 상징하는 꽃들: 복사꽃, 오동나무꽃, 무궁화, 국화


중춘仲春 월月에 “복숭아 꽃이 비로소 핀다 (桃始華).” 계춘季春 월月에 “오동나무 꽃이 비로소 핀다 (桐始華).” 계추季秋 월月에는 국화(鞠)가 노랗게 꽃핀다 (鞠有黃華).” 등등이다.** 계춘은 음력 3월이니, 이때 꽃이 피는 동桐은 오동나무가 틀림없다. 그러므로 <예기> 월령편의 “동시화(桐始華)”는,한 글자 단독으로 동桐이 쓰였을 때 ‘오동나무’를 뜻하는 대표적인 용례이다. 


무궁화 좌 (2022.7.25 춘천), 우 (2023.9.1 화담숲)


그 무엇보다도 공자의 제자들이 정리한 춘추시대의 이 문헌에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가 여름을 대표하는 꽃으로 나온다는 점은 기억할 만하다. 내가 처음으로 써서 최근에 출간된 책, <옛글의 나무를 찾아서>에도 무궁화에 대한 글 한 편이 들어 있는데, 제목은 "순舜, 목근木槿, - 울타리를 장식하는 여름꽃, 우리나라 꽃 무궁화"이다.  <2023.11.8. 끝>


* 仲夏 … 是月也 日長至 陰陽爭 死生分 君子齊戒 處必掩身 毋躁 止聲色 毋或進 薄滋味 毋致和 節嗜欲 定心氣 百官靜事毋刑 以定晏陰之所成 鹿角解 蟬始鳴 半夏生 木堇榮 – 禮記/月令

** 仲春之月 … 始雨水 桃始華 倉庚鳴 鷹化為鳩. … 季春之月 … 桐始華 田鼠化為鴽 虹始見 蓱始生 (注-皆記時候也 鴽鴾母螮蝀謂之虹 蓱萍也 其大者曰蘋). 季秋之月 …   鴻鴈來 賓爵入大水為蛤 鞠有黃華 豺乃祭獸戮禽. - 禮記/月令

+ 표지사진- 무궁화 (2021.7.11 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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