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룸메이트와 지내다 보면 생활의 아주 작은 부면에서부터 나와는 다른 세계를 종종 보게 된다. 베이징에서 5년간 생활하면서 4개국의 룸메이트를 만나게 되었는데 중국과 일본외에 나와 같은 학교였던 러시아친구(6개월)와 우크라이나 친구가(2개월)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 임시로 우리 집에서 지낸 적이 있어서 아시아와는 또 다른 다양한 모습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듣기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굉장히 비슷한 면이 많다 했는데 같이 살아보니 정말 그랬다. 뭐든 물어보지 않고 행동하는 굉장히 자유분방한 스타일들... 이를 테면 친구를 데려올 때 그들은 룸메이트에게 미리 물어보거나 통보도 하지 않는다. 상의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통보는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들은 룸메이트를 가족처럼 정말 편하게 생각하는지 아무 말 없이 데려와 집에서 자유롭게 놀다 간다. 한 번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에 도착했는데 양리(러시아 룸메이트)가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틀어놓고 댄스파티를 하고 있었다. 미드에서나 보던 장면이 내 눈앞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란... 소파에 앉아 멍하니 그들의 댄스를 구경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양리의 어떤 물건을 잠시 빌려 사용하기 위해 물어보면 양리의 대답은 "그런 건 물어볼 필요 없어"였다. 묻지 말고 그냥 쓰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손님을 초대할 때도 룸메이트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그들의 문화 아니, 그녀의 문화인듯 했다. 러시아나 중국 사람이라고 다 그런게 아니기 때문에... 또 한 번은 양리와 함께 학교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있는데 나는 불고기와 김밥, 양리는 러시아 전통 비트수프 보르쉬를 만들었다. 대화도 즐겁게 오가고 음식도 맛있게 먹었는데 문제는 한 친구가 양리가 만든 수프를 맛있다며 다 먹은 후에 발생했다. 양리는 그 친구에게 더 먹겠느냐며 물었고 그 친구는 더 먹겠다고 대답했는데 바로 그때 양리의 말에 난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양리의 말은 "네가 갖다 먹어"였다. 보통 이런 경우 집주인이 얼른 일어나서 갖다 주는 한국 문화에 익숙한 나는 나중에 양리에게 왜 그렇게 말했는지 물어보았다. 양리는 단지 본인이 먹을양을 자유롭게 담아서 먹도록 얘기한 거라고 했고 그 말을 들으니 수긍이 갔다. 나에겐 손님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친절이라면 양리는 손님에게 담을 음식의 양을 정할 자유를 주는 것이 친절이었다. '컬처쇼크'는 사실 너무 센 표현이다. 문화의 차이라는 말도 사실 맞지 않다. 단지 나와 조금 다를 뿐... 그리고 이 다름은 같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아니, 모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 다름을 조금 더 아름답게 표현해서 '다양함'을 경험하는 거라 생각한다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다름을 인정해 주고 즐겨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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