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여자의 눈물
나의 첫 룸메이트 샨샨은 당시 28세의 학원 영어교사였다. 똑똑하고 적극적이고 활발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또 아주 강한 성격에 여성스러움이 느껴지지는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를테면 남자들이 좋아하는 예쁜 얼굴, 날씬한 몸매, 상냥한 말씨 등과는 거리가 먼? 미안하지만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에게는 어쨌든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결혼을 너무나 하고 싶어 했다. 결혼 압박을 하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주변 친구들은 결혼하는데 왜 나는 아직까지 결혼을 못하는 거냐며 엉엉 울어서 당황스러웠던 적도 종종 있었다. 베이징인데도 중국은 아직까지 조선시대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중국 부모들은 스무 살이 되면 바로 결혼을 시키려 안달이다. 이혼을 하더라도 빨리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이상한 사고방식. 그러니 28세는 그들에게 노처녀이고 계속해서 남자를 만나라는 압박감을 준다. 딸의 '행복'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베이징에서 알게 된 수많은 친구들이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그래서 나의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샨샨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 나이가 무려 8살이나 어린 스무 살의 남자 '아이'? 였다. 학원 사무실에 새롭게 들어온 직원이라 했는데 성실하고 친절하다고 했다. 그놈의 '친절'... 친절한 이성 때문에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고 너만 상처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세상에 더 훌륭한 좋은 남자들이 많다고 여러 번 말해 주었지만 이미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그녀의 귀에 나의 조언 따위가 들어올 리 없었다. 샨샨이 얼마나 애정 공세를 했는지 어느 날 놀랍게도 사귀어 보기로 했다며 잔뜩 상기된 얼굴로 들어와서는 그에 대해 신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뻔했지만 난 그녀의 사랑을 응원했다. 밤에 잠이든 룸메이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통화해도 거실로 나가서 하라는 말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에 한 번씩 현실적인 염려를 내비쳐주기도 했다. 진심으로 염려되었기 때문에... 염려는 현실로,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한 달 조금 넘어서 찾아왔다. 그녀는 울면서 방 안으로 들어왔고 난 또 한 번 말없이 그녀를 위로했다. 역시나 그 '남자아이'는 샨샨에게 그만하자고 말했다. 그가 말한 핑계는 '주변에서 말렸다'이다. 그리고 난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너무나 뻔한 결과였고 내가 그동안 해준 조언이기 때문에 그를 비판하는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좋은 사람 너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말은 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약 4년 후 내가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일하고 있을 때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샨샨과 룸메이트 생활을 마치고 연락하지 못해서 결혼식에 참석은 못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행복하길 샨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