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샨과 천시

중국과 일본 사이

by 클라라

베이징 룸메이트의 이름은 샨샨 새로온 일본 룸메이트의 이름은 천시이다. 샨샨은 부잣집 외동딸로 자란, 그래서 어려움을 모르는 철부지이면서 굉장히 직설적인, 하지만 관대하게 베풀줄 알고 열정적인 부지런한 친구였고 천시는 전형적인 여성스러움을 보여주는, 늘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친절하게 다른 사람을 돕는 착한 친구로 기억된다. 내가 역대급으로 심한 감기에 걸렸을때 천시는 따뜻하고 맛있는 죽을 손수 만들어 주었고, 회복이 쉽게 되지 않자 맛있는 치즈 케잌을 만들어 주며 따뜻하게 나를 위로해 주곤 했다. 천시에 대한 기억이 더 좋을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아름다운 그녀의 특성과 아마도 함께한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단점까지 알 시간은 부족했던 듯하고 샨샨은 2년을 넘게 같은 방을 쓴 친구였기 때문일듯. 같은 방을 쓴다는건 서로 너무 자세한 점까지 속속들이 알게 되는 사이가 되는것이기 때문에 좋은 기억만으로 남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벗관계에서 친밀함 앞에 존중심을 둔다면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샨샨과 나 사이엔 함께 방을 사용하는만큼 비밀을 터놓는 정도의 친밀함은 있었지만 존중심은 부족했던 것 같다. 동방예의지국에서 태어난 나는 샨샨이 나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동방예의지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그녀는 그녀만의 이유로 나에 대한 존중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침에 나보다 일찍 일어나 외출을 준비할때 아직 자고 있는 룸메이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온갖 시끄러운 소리와 마룻바닥 위를 쿵쾅거리며 준비하고 밤에는 이미 잠든 룸메이트를 역시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밤늦게까지 통화하던 샨샨... 지금 생각해보면 왜 나는 그녀에게 거실에 나가서 통화하라는 말한마디 하지 않고 참았는지 모르겠다. 결혼을 너무나 하고 싶어하던 그녀를 지지하기 위해서? 내가 불편한걸 얘기해서 말다툼이 될까봐 염려돼서? 말다툼을 하게 되면 내가 더 피곤하다는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샨샨은 자신의 모국어로 할말을 떠들면 되지만 중국인이 아닌 나는 그녀의 중국어를 듣고, 생각하고, 내가 할말을 다시 중국어로 생각해야 하고, 버벅거리며 완벽하지 않은 중국어로 말해야 하고... 나 혼자 에너지 소비가 말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해선 부딪히지 않으려 노력한 결과인듯. 난 그렇게 인내심, 참을성이라는 나름 아주 멋있어 보이는 특성들을 발전시켜 나갔다. 세명이 한개의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기다리는데도 참을성이 필요했고, 매일밤 룸메이트의 코고는 소리에도 인내심이 필요했다. 조용히 공부하고 싶은데 방에 들어와 떠드는 수다를 들어주는데도 참을성이 필요했고,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예고없이 초대한 그녀의 손님들을 대하는데도 참을성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만 있었다면 결코 발전시키지 못했을 참을성과 인내심이라는 멋있는 특성들을 난 그렇게 성장통을 겪으며 발전시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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