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적응력
중국의 오래된 아파트는 가끔 예고없이 단수가 된다. 단수는 한국에서도 있는 일이지만 예고가 있는것과 없는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처음 그렇게 예고없이 단수가 됐을때 너무 당황스럽고 짜증나고 화가 나서 울뻔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베이징에서 생활한지 7년 되었다던 한 언니에게 중국에 적응하는데 얼마나 걸렸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적응 안된다는 대답을 들은것이 생각났다.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적응이 되는게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난관에 부딪히고 해결해야 하는것이 대륙생활의 현실이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발전했고 또 계속 발전중이니 혹시 중국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앞으로 얘기하겠지만 또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운 추억들도 많고 지금도 많이 생각나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나라이다. 아무튼 그렇게 새로운 난관에 직면한 순간 떠오르는 곳이 근처에 있는 KFC... 베이징엔 KFC가 정말 많다. 매 지하철역마다 있을정도이니까... 닭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패스트푸드 체인 KFC는 우리집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고 난 급하게 옷을 입고 가방안에 양치도구, 화장품을 챙겨 뛰어 나갔다. KFC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하고 세수하고 간단히 화장을 하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너무나 커 보였던 또 하나의 문제를 너무나 간단히 해결한데서 오는 희열감이었나? 눈물이 날 뻔했던 감정이 통쾌함으로 바뀌는 순간을 즐기며 KFC에서 나와 지하철로 향하던 나의 가벼워진 발걸음을 잊을수 없다. 신이 인간에게 주신 능력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능력은 아마 적응력이 아닐까 싶다. 그로부터 몇달후 또다시 예고없이 단수가 되었을때는 짜증도 화도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양치도구와 화장품을 챙겨 KFC로 향했다. 동백꽃, 복수초, 설중매 등 추위에 강해서 눈속에서도 피는 꽃들처럼 나도 어디에서든 어떤 환경에서든 잘 견디고 적응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아예 깨끗한 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마실물도 부족한 아프리카와 같은 나라를 생각한다면 단수도 불평할 만한 이유는 아닌듯 싶다.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는만큼 불평의 이유도 하나하나 줄여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