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통역
베이징에서는 북유모(북경유학생들의 모임)라는 사이트가 유학생활을 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말 그대로 북경에서 유학 중인 많은 한국인들을 통해 알바 등의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사이트이다. 여기에서 꽤 괜찮은 알바를 몇 번 찾아 급하게 필요했던 돈을 벌곤 했다. 한 번은 한중 통역알바를 이틀간 하게 되었는데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들이 조금 안타까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약속 장소는 공항... 만나기로 한 분의 이름을 적은 팻말을 들고 출국장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곧 약속된 분인듯한 아저씨 두 분이 내 팻말을 보고 인사의 사인을 보내왔다. 알고 보니 두 분은 이름을 말하면 모두가 알 수 있는 한국의 유명한 두 브랜드의 회장님들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야 할 중국인은 무려 대륙의 문화부장관이었다. 장관이 보낸 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면서 회장 1님은 본인이 장관과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통역 내용, 이번 만남을 통해 본인이 꼭 이루어야 할 목표 등을 설명하셨다. 들으면서 내 어깨는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도 그 긴장감을 즐겼던 것 같다. 통역 내용은 대충 이랬다. 한국의 유명한 관광지에 중국 건설사가 고층 건물을 하나 올리는데 거기에 필요한 건축 재료들, 이를 테면 철강, 유리등을 본인이 잘 아는 회사와 계약하도록 부탁해 달라는 거였다. 권력이 있는 장관이 건설사에 입김을 불어넣어 회장 1님과 연결된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면 이분이 아마 많은 선물? 을 받게 되는 듯하다. 회장 2님은 회장 1님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서포트하신 분이자 친한 벗으로 함께 오신 것이었다. 조금 짓궂은 나는 이미 돈을 많이 버셨을 텐데 꼭 이렇게 대륙까지 건너와서 또 다른 돈을 벌어야 되느냐 묻자 최근 경제가 어려워 회장 1님 회사의 매출이 크게 줄었고 그래서 자신의 한 달 용돈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 금액을 들었을 때 뭐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놀랬다. 나에게는 거의 1년 동안의 유학비가 이분에게는 한 달 용돈으로도 부족했다~~ 그렇게 이질감을 느끼며 장관이 예약해 둔 호텔에 도착하고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웨이, 니하오" 상큼하고 매력적인 젊은 남자의 목소리. 몇 시까지 어디로 오라는 전달을 받고 끊은 후 회장 1님이 장관에게 쓴 편지를 번역하기 시작했다. 구구절절이 장관에 대한 우정과 존경심을 표현하는 편지 내용을 번역하면서 과거 천국에 쩔쩔매던 조선의 모습과 지금이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아무리 발전을 했어도 예나 지금이나 대륙은 대륙이고 한국은 한국이었다. 중국 생활의 불편함을 겪으면서 올라왔던 한국인으로서의 민족적 우월감 같은 감정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낮은 자세로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겸손하게 다른 사람을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상큼하고 매력적인 목소리의 비서와 장관을 만나러 약속장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