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FREE RUN 2025
생애 첫 풀코스를 뛰고 일주일 만이다. 올해의 마지막 대회로 GO FREE RUN을 선택했다. 사실 무모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아는 친구가 주관하는 대회라 더 깊은 생각 없이 등록을 했다.
풀코스의 후유증은 예상보다는 덜했다. 완주 후 스트레칭, 그리고 나름 적극적인 휴식 모드. 회복은 원활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하프 PB 달성이 간절하지만 오늘은 어려울 것 같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내 몸을 테스트해 본다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했다.
아내와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향했다. 날은 약간은 쌀쌀하면서도 뛰기 적절한 날씨였다. 가을이 깊어가고 주변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짙은 갈색을 띠었다. 1년이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
한 해의 거대한 산, 풀코스를 해치우고 나니 마음이 가벼웠고, 그래서인지 이번 마지막 대회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저 내 몸이 어느 정도까지 스피드를 버틸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 연속으로 풀코스를 뛰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친구와 가벼이 인사를 하고 레이싱에 임했다. 하프 먼저 출발하고 10K 출발이 예정되어 있었다. 날이 다소 추워져서인지, 지난주 풀코스 뛴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대회의 인원은 비교적 많지 않았다.
하프 출발. 가능한 한 앞쪽에서 출발했다. 시작부터 너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출발부터 풀코스의 피로감이 확연히 느껴졌고, 오늘은 완주만 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430 전후로 페이스를 조절했다. 혹시나 다리에 쥐가 나면 곤란하니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역시 달리기 좋은 날이었다. 여의도에서 출발하는 여러 번의 대회에 참석했지만 이번 코스는 색달랐다. 서강대교를 건넜다가 돌아와서 다시 성산대교 방면을 지나 안양천합수부에서 돌아오는 코스였다. 경치도 좋았고 기온도 적절했다.
이런 날씨라면 그리고 몸상태가 좋았다면 충분히 PB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여의도를 벗어나 한강변을 달리는데 몸이 지친다. 마지막이니, 올해의 마지막 레이싱이니 포기하지 말자며 스피드를 유지해 본다. 안양천합수부를 돌아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힘들었다. 하프는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야 하니 어찌 보면 풀코스보다도 어려운 것 같다.
여의도에 들어서 19K 지점부터는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에 최대한 페이스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처지는 페이스는 어쩔 수 없었지만.
마지막 골인지점. 막판 스퍼트로 마무리한다. 아내가 찍은 동영상을 보니 갈색의 낙엽이 떨어진 길을 열심히도 뛰었다. 그리고 모든 게 끝.
기록은 1시간 34분 41초. PB는 못했지만 내 몸상태로 최선의 결과였다.
하프로 시작한 여정이 하프로 일단락이 되었다. 시작이 반이라더만, 정말 달리기를 시작하고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었다.
조금씩 거리를 늘려 나갈 때마다 느낀 희열. 광화문 거리를 달리며 느낀 흥분. 몸이 다 나은 줄 알고 방심하다 다시 온 허리 통증. 그리고 재활. 다시 달려 성취한 풀코스 완주.
뭐 돈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봐주는 것도 없지만, 그리고 나 스스로 미쳐서 날 뛴 모습이지만, 나 스스로 나를 느끼고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자유를 느끼고 오로지 지금 이 뛰는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던,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웠던 기간이었다.
시작은 잘한 일이었다. 하프도 잘했고, 풀코스도 잘했다. 안양천을 운동장 삼아, 한강을 소풍삼아 뛰던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이런 게 사는 거고 이렇게 살다 죽으면 되는 거다.
내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진짜 노후 준비일 수도. 죽기 직전까지 달리다가, 깔끔하게 가는 거다.
이렇게 시작한 달리기를 그냥 내려놓을 수는 없다. 아직 노후는 많이 남았으니. 시작을 이렇게 했느니, 이제 나머지 반도 잘 완주해 봐야겠다. 이렇게 또 그렇게 나는 달려야 산다. (악필, 2026.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