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남편을 바라보다
그 흔한 사랑싸움 한 번 해 본적이 없었다.
그는 늘 다정했고, 한없이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게 어른을 공경할 줄 알았고 성실했다. 운명이라 믿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생각했을 때, 그가 내 곁에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결혼을 선택했을 뿐이다.
“이국영이 주말부부를 한다고? 그렇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이국영이?” 20대의 청춘을 함께 했던 친구가 술잔을 기울이며 놀란 토끼눈을 했다. 일본 유학을 간 뒤 연락이 끊겼던 그와는 십수 년 만에 SNS로 다시 닿은 인연이었다. 얼굴 한 번 보고싶다며 강릉까지 달려와 나를 만나고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때 나 버리지 말고 나랑 결혼했어야지.”
웃으며 부딪친 술잔에, 스무 살 무렵의 풋풋한 기억이 잠시 스쳤다. 그러나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야~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널 선택하진 않았을 거야.” 말을 건네며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눈을 찡긋거렸다. 연인에서 남사친이 되어 돌아온 그는 이제 좋은 동무가 되어 있었다. 여자의 감성으로는 알 수 없던 남자의 마음을 들려주었고, 덕분에 남편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었다.
연애할 때나, 결혼한 지금이나, 우리는 사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서로를 향한 기대가 깊어지면서, 그만큼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다짐한다.
남편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의 설렘 가득했던 모습으로 기억하기로.
사랑은 언젠가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오래된 풍경처럼 조금씩 다른 빛깔로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론 그 빛이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 바라보면 늘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시작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일 뿐이다. 시간을 흘러도 부부의 인연을 맺은 우리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질 뿐이다. 새삼 그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묵묵히 내곁을 지켜주는 그가 고마웠다. 나는 여전히, 나의 남편을 사랑한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이.
우리의 사랑은, 또 다른 빛깔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