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만난 작은 생명

자연에서 당연하지 않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다

by 이국영

“변기에 이렇게 물이 많이 들어?”

세숫대야 한가득 변기에 물을 붓는 나를 보며 아이가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그러게.. 정말 그렇네.”

우리는 종종 너무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을 잊곤 한다. 물 또한 그렇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 내내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끝내 강릉 오봉댐이 바닥을 드러냈다. 가뭄이 시작되었고 단수가 이어졌다.


아침 6시~9시, 저녁 6시~9시. 정해진 시간에만 물을 쓸 수 있었고 수도꼭지를 아무리 틀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설거지와 빨래를 모아 한 번에 해결해야 했다. 불편함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다 보니, 오히려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불평조차 사치가 된 날들이 이어졌다. 다른 지역은 푹우 소식이 들려오는데 강릉은 여전히 메말랐고, 농작물은 타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리던 비가 내렸다. ‘비야, 제발 세차게 쏟아져라.’ 간절히 기도하며 잠이 든 밤, 오랜만에 대지는 촉촉이 젖었다.


싱그런 비내음에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가뭄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메마른 갈증은 조금 달랠 수 있었다. 논두렁에서는 개구리들의 합창이 이어졌고, 빨간 우산을 쓰고 출근길에 나선 내 눈앞에는 작은 청개구리가 빗방울을 맞으며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그 순간, 세상이 살아난 듯 느껴졌다.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기엔 위혐해 보여 개구리를 살짝 잡아 어린이집으로 데려왔다.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개구리를 바라보며 연신 탄성을 질렀다. 고사리손으로 살며시 만져보다 폴짝 뛰어다니는 모습에 웃음소리가 교실 가득 퍼졌다.


“아기 개구리 이제 안녕하자. 우리 집에 데려다줄까?”

“네!” 아이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함께 어린이집 텃밭에 개구리를 놓아주었다. “개구리야 안녕, 또 만나자.” 작은 손들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잠시 머문 개구리 덕분에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내 마음도 촉촉해졌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대지를 적셨듯, 작은 생명과의 만남이 우리의 마음도 적셔 주었다. 물처럼, 곁에 있는 자연과 일상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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