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를 위한 예의, 남는 자를 위한 배려
가난하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다정한 은중, 부유하지만 외로운 환경에서 자란 상연.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동시에 애증하는 사이였다. 은중의 작품을 훔쳐 영화 제작자로 크게 성공한 상연은 결국 암에 걸려 안락사를 결심하고, 은중을 찾아와 마지막을 함께해 달라고 부탁한다.
“안녕, 사랑하고 미워했던 나의 친구”
그들의 마지막 대사였다.
나는 한 번도 안락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며 시한부 인생 앞에서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부도덕하게 보일지라도,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환자에게는 구원의 방법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상연은 마지막 순간까지 은중과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추억을 만들었다. 함께 웃고, 대화하며 차분히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은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제 지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암투병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셨지만, 심정지가 왔을 때 연명치료를 거부하신 뜻을 가족들이 존중했다고 했다. 산소호흡기를 떼자, 잠든 듯 평온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셨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전하는 그의 얼굴음 담담했지만,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떠나는 이를 존중하는 선택,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덜 고통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 어쩌면 ‘편안한 죽음’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은중과 상연이 손을 잡고 마주하던 파란 문이 떠오른다. 아마도 나에게 죽음이란, 또 다른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