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밥, 든든한 마음

속이 든든해야 마음도 든든하다

by 이국영

“이국영 엄마~” “엄마가 네 친구냐?” 투정을 부리면서도, 친구처럼 불러주는 아이가 싫지 않았다. “엄마~ 오늘 퇴근하고 나랑 밥 먹자.내가 맛집 알아놨어.” 짧은 통화였지만, 그 한마디에 퇴근길이 훨씬 가벼워졌다.

오늘 점심은 전쟁 같았다. 밥을 씹었는지 삼켰는지 모를 만큼 허겁지겁 떼운 끼니. 예민해질 뻔한 순간, 아이의 먹방 데이트 신청은 참 고마운 초대였다. 따뜻한 밥 한 그릇, 여유로운 식사. 지금 내가 가장 간절히 원하던 것이었다.


식당 앞에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아이. “오늘 어땠어?” 다정한 물음에 하루의 피로가 스스르 녹아내린다. 마주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서로의 하루를 재잘거린다. 따뜻한 한술이 입안 가득 퍼지자 마음까지 포근해졌다. 문득, ‘아, 이게 행복이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엄마의 폭풍 수저질을 지켜보던 아이가 웃음을 터트린다. “역시 엄마가 좋아하네.” 그러더니 선심 쓰듯 반 한 숟갈을 크게 떠 건네며 말한다. “이국영 엄마, 맛있지? 우리 다음엔 아빠랑 형이랑 다 같이 오자.” 그 순간, ‘역시 내 비타민답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든든히 채워진 속 덕분에 마음에도 여유가 피어난다.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대자로 드러누워 못다 한 수다를 이어가던 우리. 이윽고 아이는 스터디 카페로 향하고, 나는 식탁 앞에 앉았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만의 시간이 조용히 시작되었다.

ChatGPT Image 2025년 9월 30일 오후 11_35_57.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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