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버린 엉덩이와 가을비

엉덩이야, 제발 가벼워져라

by 이국영

쇼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넥플릭스를 켜는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리라 다짐했건만, “한 편만 더, 한편만 더” 하다 보니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채 오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엄마, 어디야?” “나? 집인데...” 말끝을 흐리자, 작은 녀석의 폭풍 잔소리가 쏟아졌다. “아직도 집이야? 커피숍 가서 책 읽는다더니?” 그제야 겨우 엉덩이를 떼어낼 수 있었다.


역시나 커피숍 나들이는 진리다. 가을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이 밀려온다.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커피와 책이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나에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준다.


큰일이다. 이번에는 엉덩이가 커피숍 의자에 딱 붙어버렸다.


결국 내가 거부한 건 ‘쉼’ 이 아니라 ‘움직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창가에서 책을 펼치는 그 순간, 비로소 내가 나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


“엄마~ 언제 데리러 올 거야?” 그제야 웃음이 났다. 오늘도 나의 쉼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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