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복이 피어나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특별한 순간들

by 이국영

보름 넘게 이어진 비로 요즘 아침이면 가장 먼저 창밖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비 소리가 아닌, 어렴풋이 들려오는 새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창문을 열자, 적당히 쌀쌀한 새벽공기가 볼을 스쳤다. 성큼 다가온 가을, 자욱한 안개 사이로 붉은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어 식재료를 살핀다. 가지와 두부를 꺼내 된장찌개와 가지튀김을 준비한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찌개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에 입맛을 다시며, 아이의 모습을 떠올린다. “분명 좋아하겠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미소가 번진다.


“엄마~” 졸린 눈을 비비며 걸어 나오는 아이. “어?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다. 가지튀김도 있네.”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싱긋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조금 더 자도 되는데.. 8시에 깨우려 했거든. 얼른 씻고 같이 아침 먹자.” 꿀이 뚝뚝 떨어지는 엄마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아이는 “알겠어요.” 하며 총총총 화장실로 향한다.


소박한 아침밥상 앞에 마주 앉아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 “엄마, 진짜 맛있다. 잘 먹었습니다!” 입시 준비로 지쳐 있던 아이의 해맑은 웃음이 오늘 하루를 단번에 행복으로 물들인다.


“다녀오겠습니다.” 집은 나서는 아이를 배웅하고 부지런히 정리를 마친 뒤, 나도 집을 나선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도 좋지만, 카페 창가에 앉아 마시는 커피에는 또 다른 일상의 여유가 있다.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이 싱그럽고, 우산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가을 풍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 물든 나무들, 길가에 핀 코스모스,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이 계절의 변화를 속삭인다.


가을은 천고마비,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빠져드는 이 순간, 세상 어느 때보다도 평화롭다.


‘똑똑똑’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엄마 그렇게 재밌어?” 하며 아이가 웃는다. “운동하느라 고생했네. 우리 아들. 그럼 지금부터는 엄마와 데이트?”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리며 아이의 손을 잡았다. 함께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무언가 거창한 일은 없었지만, 이 평범한 하루 속에 나의 행복은 피어난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19일 오후 09_48_1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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