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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3주기를 기억하며-1부

2022년 10월의 스물아홉 번째 밤

by 윤노랑쌤

이태원 참사가 있던 그날 밤, 나는 친구 집에 있었다.

저녁을 먹고 잠들어 있었는데, 새벽 무렵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나 지금 어디야? 혹시 이태원 간 거 아니야?”


비몽사몽 한 채로 “갑자기 이태원은 왜?” 무슨 일이냐 묻자, 이태원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 했다. 휴대폰을 켜보니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날 밤, ‘평범한 일상’이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처음 알았다.


다음날, 대학 시절 동아리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OO이가 거기 있었대요.”

울음 섞인 목소리 뒤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OO이는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 후배였다. 졸업 이후 취업 준비를 하느라 연락이 뜸했지만,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DM으로 종종 안부를 묻고,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던 그런 사이였다.

오랜 준비 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원하던 기업에 입사했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나는 한참 동안 말을 잃었다.


장례식장에 갔을 때, 영정사진 속 웃는 그 친구의 얼굴이 너무도 밝아서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님의 눈물이 그리도 선명해서 더 가슴이 미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다음날, 검은 정장을 입고 출근했다.

교직원 전체 메세지를 보냈다.

“이태원 참사와 연관되어 있거나 혹은 이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학생 혹은 교직원분들은 언제든지 위클래스 상담실을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 또한 지인을 잃게 되어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


그렇게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들과의 심리상담이 시작되었다.


-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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