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7. 사진
지은이: 류희
붉은 조명 아래 나란히 선 남녀
양 볼을 가까이 붙이고
다정하게 같은 곳을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던 아주 찰나의 순간
찬란한 순간이 허했던 나의 마음을 관통해 지나간다
두 눈 반짝이게 만들던
검은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도
양손 가득 만져지는
보드라운 무릎 담요도
아침 햇살을 비집고
그득히 퍼지던 커피향도
너만큼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없었다
가벼운 눈 인사 조차 허락되지 않는 지금에서야
나는 너의 사진 한장을 손에 들고
우리의 시간을 천천히 음미한다
닿을 수 없는 아득히 먼 곳에 있는
너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