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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26. 형광펜

밑줄긋기

by 나나니노



[시]#26. 형광펜

지은이 : 류희



선생님이 말하는

중요한 문장에 체크


상사가 언급하는

보고 자료에 체크


우리는 늘 이렇게

나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어떠한 부분을 칠한다


열심히 살던 때가 있었다

형형색색 물들여진 종이가

낡아 으스러질 때까지

빼빽하게 들어찬 것들 사이를 비집고

자신만의 색을 내뿜는 저 형광펜처럼


다른 색을 덮어쓴 사람들과도

곧잘 어울리며 나를 뽐냈던 때


무엇이 그렇게 즐거웠을까?

고달프고 어려울까?


나도 내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잊지 않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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