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고독에 대하여
저자: 류희
고독이란
어두움을 그대로 직면하고 무너져 본 자가
비로소 알게 되는 삶의 진리이다
언덕을 오르는 자는 하늘을 가까이하고
평지를 걷는 자는 바람을 느끼며
땅을 보는 자는 심연에 가라앉는다
하늘은 말이 없고
바람은 스쳐가지만
심연은 오랫동안 내 안에 남는다
때로는 버거움을
때로는 외로움을
때로는 깨달음을
또 버거움은 바깥 세상을 보게 하고
외로움은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며
깨달음은 나에게로 들어가게 한다
고독이란
힘없이 고꾸라지는 낙엽보다도
맥락 없이 세상과의 단절을 부추기는 것
널브러진 마음 조각들을 한 데 모아
쓸쓸한 한 나의 우물에 우울함을 더해
비로소 나를 만나게 하는 일
눈물은 흘리면 씻기고
상처는 지나면 아물며
고독은 상처와 지혜로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