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의 여행."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오사카행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다. 붉게 물든 단풍이 절정일 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 생각하는 여행을 꿈꿨다.
하지만 여행 날이 다가올수록 설렘보다는 낯선 감정이 밀려왔다. '혼자 가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더 쓸쓸해지지 않을까?', '낯선 곳에서 헤매면 어쩌지?' 결국 나의 '용기 없음'은 가족이라는 이름 뒤로 숨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혼자 여행'은 온 가족의 '단풍 가족여행'으로 변경되었다.
오사카에서의 며칠은 단풍처럼 아름답고 즐거웠다. 하지만 남편은 내내 예민했고 작은 일에도 짜증을 냈다. 귀국 후 조심스레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남편은 예상 밖의 답을 내놓았다.
"처음 가는 도시에서 가족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복잡한 지하철과 길을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나는 마치 '여행 고수'라도 된 것처럼 쿨하게 말했다. "여행이 다 그런 거지, 잘못 가면 돌아가면 되고, 실수하면서 찾아보고 하는 거야."
그때의 나는 이 말이 얼마나 무심한 위로였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나 대신해줄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아이가 필요한 프린트를 위해 특정 사이트에 가입하고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회원가입 절차, 결제 시스템, 보안 프로그램 설치 등 모든 과정이 낯설었다.
나도 모르게 숨이 막히고, 부담감에 예민해지고 짜증이 올라왔다. '이런 세계는 처음이라 너무 어렵고 힘드네.'
그 순간, 남편이 느꼈을 감정이 섬광처럼 내 머리를 스쳤다.
내가 느낀 '그 사이트 가입'의 부담감이, 남편에게는 '낯선 오사카에서 가족의 길을 책임지는 일'과 같았겠구나.
나는 나를 대신해 그 짐을 짊어질 누군가가 있었기에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다. 그런 가족을 위해 온몸으로 '낯선 세상'의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있었던 남편의 마음을, 나는 '쿨한 조언'으로 무시했던 것이다.
남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다.
" 당신이 길 찾고, 우리 가족 챙기느라 얼마나 마음의 짐이 무거웠을지 이제야 깨달았어. 나는 당신 덕분에 정말 마음 편하게 단풍 구경하고 즐길 수 있었어. 미안하고, 정말 고마워. 덕분에 최고의 여행이었어."라고..
그리고 다짐해 본다.. 남편도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다음에는 계획을 같이 나누거나 '책임감'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여행을 준비해야겠다고. 아니면 패키지로 가든지 ㅎㅎ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