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나가기 전이면 늘 같은 다짐을 한다.
말을 줄이고, 듣자고.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앉으면 그 다짐은 쉽게 흐려진다.
어느새 있는 말, 없는 말을 보태며
나도 그 대화 속에 섞여 있다.
이번 모임은 조금 달랐다.
그동안의 다짐이 가장 많이 반영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많이 말하지 않았고, 가급적 들으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며
내가 했던 말들을 하나씩 복기해 보았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 쏟아내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조용히 안도했다.
내가 가진 모임은 많지 않다.
두세 개 정도인데, 큰 차이는 없다.
자식 이야기, 집 이야기, 재테크 이야기,
회사 이야기, 여행 이야기, 건강 이야기.
요즘의 근황은 대체로
이 비슷한 카테고리 안에서 오간다.
특별한 주제를 가진 모임도 아니고,
그저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기에
사람들의 이야기는 닮아 있다.
그 안에는 자산의 차이도 있고,
자식의 성적도 있고,
남편의 연봉, 각자의 직업과 건강 상태처럼
서로 다른 조건들이 섞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적절한 선을 더듬으며 이야기하게 된다.
말을 꺼내면서도, 삼키면서도
이 말이 오래 남지 않기를 바라며.
요즘 나는
말을 잘하려고 애쓰기보다
그 자리에 오래 남지 않는 말을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조금 조용히 있다가
무사히 돌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