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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31. 2022

설레는 첫 임신 그런데 헬 난이도를 곁들인

  "양수가 너무 많네요... 전원하세요. 가서 양수 색전술 해야 애기 지킬 수 있어요."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인가. 누구는 양수가 없어서 큰일이라는데... 양수가 많은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날 처음 알았다. 그 때 부터였다. 내 임신 기간이 양수와의 싸움이 되었던 건...

  몸무게가 보통의 아이처럼 잘 크고 있는 것이, 임신성 당뇨 검사에서 확진을 받지 못한 것이 우려할 만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남들은 그렇게도 바라는 일들을 나는 마냥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가 없었다. 나는 쌍둥이 임신중이었기 때문이다.


  10년 전쯤 되었을까, 간호학과에 진학하며 여러 간호학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관심이 갔던 건 모성간호학이었다. 가장 유용할 것 같았고 가장 흥미로웠던 과목. 임신 중 겪을 수 있는 여러 질환에 대해 공부를 하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각 질환의 관련 요인중 빠지지 않고 계속 나오는 요인이 하나 있었다. 바로, '쌍태아 임신'이었다.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양막조기파수, 조기진통 등.. 상당수 질환을 보며 '와... 나는 쌍둥이 임신은 못하겠다.'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남 일 인줄 알았는데...


  내가 쌍둥이 임신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역시 "한 방에 해결하니 좋겠다~"다. 좋은 뜻으로 말해주셨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무척 불편했다. 직접 겪어보니 한 방에 해결하는 건 맞지만 그 댓가로 지불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았다. 몸 고생, 맘 고생, 피 땀 눈물...


  몸 고생도 어마어마하지만 그래도 다들 예상하고 있을테니 마음고생 얘기를 해보자. 흔히들 축복인 아이가 둘이나 생기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겠다고 하시곤 하는데... 나는 하나를 임신했다면 안해도 되었을 걱정을 했던 일이 너무 많다.


  임신을 확인한 병원 첫 방문날, 초음파로 귀여운 아기집 두 개를 볼 수 있었다. 쌍둥이 임신 소식 자체도 너무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충격적이었는데, 그 다음 얘기는 더 충격적이었다.

  "근데... 부모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마세요. 아기집 크기가 차이가 좀 나서... 이런 경우에는 도태되는 경우가 많아요. 7주때 다시 보고 얘기합시다."

  쌍둥이 임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심지어 하나가 도태될 수도 있다니! 정말 너무 복잡한 심경이었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같이 끝까지 잘 품고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임신을 해보지 않은 분들은 이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쌍둥이를 반기는 게 아니면 오히려 도태되면 좋은거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직접 아이를 품은 입장에선 참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속상해하고 반기지 않는 마음이라 아기가 떠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과 죄책감이 한가득이다. 너무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라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데 막상 이제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아이가 도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마음이 무너질까 싶었다. 정말 마음 둘 곳이 없었다. 심장소리를 들으면 유산 확률이 많이 감소된다고 7주차에 다시 보자고 하셨다. 그 2주가 참... 속앓이를 많이 했다.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인데다 임신 초기라 호르몬이 날뛰며 걱정과 불안이 심해졌다. 한편으론 그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영향을 주면 어떡하나 죄책감도 들었다.

  다행히 7주차에 본 아이들은 건강했다. 둘 다 심장이 잘 뛰고 있었다. 5주차에 본 아기집 크기 차이는 여전했다. 약 3일정도의 차이가 나서 이정도면 수정, 착상된 시기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백프로 확신할 순 없지만 너무 다행스러웠다. 기뻐하는 나에게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의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이제 진짜 잘해야 돼요. 산모 체구가 너무 작아서 걱정이네. 쌍둥이 둘 잘 키워내는 거 쉽지 않습니다. 백이면 구십은 조산해요. 꼭 37주까지 채워야 합니다. 의학 기술이 좋아졌다고 생존률이 많이 올라갔다곤 하지만 생존률만 좋아서 될 일이 아니에요.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그래... 그게 시작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많은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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