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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Jul 12. 2022

새로운 직장에서의 3년

((이전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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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직장에 취업을 했어요. 이전보다 잘 해내고 싶었기에 지난 경험을 되새겨봤어요. 특별한 기술을 익힌 존재가 되고 싶어 수술실 발령을 희망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죠. 저는 저만의 고유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렇고요. 수술실 경험도 잘 해내면 분명히 도움 되는 경험이었을테지만, 그것도 버텨야 가능한 일이었어요. 저는 버티지 못하고 나온거고요. 그래서 이번엔 못견디게 힘든 요소를 피해보기로 했어요. 물론 이것도 한번에 알기 어려운 부분이지만요.

  가장 힘들었던 건 '사람'이었어요. 신규에게 너무 가혹했던 가르침이나 묘하게 공격적인 사람들이 너무 힘들었어요. 제대로 사고 치고 안하무인한 태도라면 친절히 대해주기 어려운 게 당연하지만 이제 막 입사한 신규가 그렇지는 않잖아요. 더욱이나 저는 남 눈치를 많이 보고 불편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 하는 편이었으니 힘든게 당연했지요. 다음에 취업할 곳은 그래도 분위기가 조금 더 좋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이라도 제대로 가르쳐주고 혼냈으면 좋겠다 싶었고요.

  대신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봤어요. 모두 다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고민 끝에 저는 '대단한 기술을 익히지 않아도 좋다.', '조금은 더 잡일을 해도 좋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뭐든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은 많을테니 거기서도 배울 게 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제 생각은 직장에 좀 더 욕심이 있거나 이직 생각이 있다면 지양해야 하는 기준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더 간호사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야 이직할 때도 수월하거든요. 하지만 간호사 커리어에는 큰 미련이 없었어요. 업 자체가 나와 맞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다음 직장을 찾았어요. 집 근처에 있는 한방병원이었어요. 한방이니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롭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더라고요. 거기는 거기 나름대로의 힘듦이 있었어요. 원래의 목적대로 재직기간 만 3년을 채우면서 느낀게 참 많았어요. 저에 대해서도, 그리고 직장생활에 대해서도 말이에요. 사회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입사 첫 해는 참 바빴어요. 매일이 정신없이 돌아갔죠. 분명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건만, 그렇지 않았어요. 시스템이 물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병동이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의 체계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이전까진 병원이 참 조용하고 한적했던 거에요. 그 시스템으로도 문제 없을 만큼 여유가 있었던거에요. 그렇지만 제가 입사할 때 즈음 병원장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병원이 갑자기 엄청난 호황(?)을 겪게 된 거에요. 시스템은 복잡하고 불편했는데 환자 수는 갑자기 많아지니 업무가 많아진거죠. 그리고 그 여파는 당시 막내인 저와 가장 크게 맞닿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힘들었지만 덕분에 일을 빨리 배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름 일 잘 한다는 얘기도 들어가며 열심히 일했어요.

   그리고 입사 전 걱정했던 '사람' 말인데요. 여기도 마찬가지로 무서운 선임이 있었어요. 그래도 여러모로 이전 직장보단 나았어요. 적어도 일은 가르쳐주고 혼냈고 나를 토닥여주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한 번 겪은 게 있으니 좀 더 버틸 수 있었어요. 분명한 목표도 있었고요. 그래서 첫 일년을 잘 버텼던 것 같아요.

  입사후 두 번째 해가 되자 또 다르더라고요. 병원은 일 년만에 매출이 600% 상승했어요. 그 일년간 얼마나 많이 바쁘고 분주했겠어요. 신규의 열정으로 첫 해를 보내고 나니 스스로 엄청나게 레벨이 오른 게 느껴졌어요. 이전보다 훨씬 능숙하고 빨라졌어요. 한 번에 두 세가지의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요. 마찬가지로 병원은 계속해서 더 바빠졌지만 그만큼 스스로의 실력이 향상됨을 즐기며 재밌게 일했어요. 힘들긴 해도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다니!'하면서 스스로 뿌듯했거든요.

  이제 신규티를 벗었다고 일도 이것 저것 주어지더라고요. 병원 질 향상(QI)팀에 속해 여러 아이디어도 내고 프로젝트도 진행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입원 병동 안내를 영상으로 변경했던 프로젝트에요. 내가 낸 아이디어가 채택된 것도 신기했고, 그 영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시간들도 참 값지게 느껴졌고요. 대본을 쓰고 녹음하는 업무를 맡았거든요. 하나도 모르는 부분이었지만 스스로 고민하며 녹음을 끝낸 경험이 참 크더라고요. 그 땐 귀찮은 일을 하게 되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만요. 지금 생각하면 간호 외 다른 업무를 하는 게 나의 경험치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구나 싶어요.

  그리고 대망의 입사후 세 번째 해. 영원히 다닐 줄 알았던 직장에서 저는 '현타'를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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