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글))
https://brunch.co.kr/@78945612396/123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는 날이었어요. 아침을 먹으며 출발 시간 두 시간 전에 숙소에서 나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셨어요. 숙소가 기차 타는 곳과 아주 가까웠거든요. 다들 친절하게 삼십분 전에만 나가도 충분하다고 알려주었어요.
"제 여행은 순탄하지 않을 것 같아요. 혹시 몰라 두 시간 전에 나가려고요."
그리고 불안한 느낌은 왜 틀리질 않니...
영국에서 해야 할 일은 미리 구매해온 유레일 패스를 개시하고, 개시한 패스로 프랑스로 넘어가는 기차를 타는 것이었어요. 목적지는 파리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마른 라 발레였고요. 행선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유레일 패스를 개시하러 갔어요. 전날 걱정이 되어서 패스와 관련된 후기를 많이 찾아봤어요. 역마다 있는 직원들이 패스를 개시해주는데, 가끔 직원의 실수로 날짜나 이름을 잘못 적어준 바람에 패스를 사용할 때마다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는 후기를 보았어요. 아주 원칙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정말 작은 오타나 말도 안되는 날짜들도 허용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아예 패스 자체가 '불량'이 된 것으로 간주한다고요. 그래서 유레일 패스 구매 가격, 부정 탑승 벌금, 새 티켓 구매 가격(날짜 임박시 가장 비쌈)을 모두 지불해야 했던 분이 있으시더라고요. 셋을 다 합치니 2천유로(22.7.22 기준 약 267만원) 가까이 들었다는 아주 안타까운 후기였어요. 그래도 그런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무사히 개시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지만 내 얘기가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 잔뜩 긴장한 상태로 유로스타 역으로 들어갔어요.
직원은 여행을 축복해주며 웃으며 유레일 패스를 개시해줬어요. 너무 긴장했나 멋쩍게 웃으며 패스를 봤는데 날짜가 잘못 적혀있는게 아닌가요? 얼른 돌아가 직원에게 다시 문의하니 미안하다며 웃으며 볼펜으로 긋고 날짜를 다시 적어주었어요. 그걸로 충분할지 되물으며 불안해하니, 웃으며 역 도장을 함께 찍어주었어요.
'휴, 하나 방어했다!'
불안해하긴 했지만 정말로 우려했던 일을 맞닥뜨리자 이번 여행에 대한 염려가 더 커졌어요. 과연 이게 끝일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어쨌든 패스를 개시하고 출입국 심사를 하러 갔어요. 먼저 x-ray로 짐 검사를 하고 심사를 하면 끝이었어요. 아주 간단한 절차였죠. 모두 무난하게 통과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그런데 왜 내거만...!'
캐리어가 너무 가득차보여서 였을까요. 왜 제 캐리어가 통과하지 않는걸까요. 키가 무척 큰 흑인 직원이 저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어요. 뭔가 문제가 있냐고 물어보니 캐리어를 열어보자고 했어요. 내 캐리어에 정말 별 거 없는데....!
저에게 무슨 힘이 있겠어요. 열라고 하면 열어야지. 그렇게 캐리어를 열었고 직원이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시간은 아직 넉넉했고 직원이 스몰톡과 함께 유쾌하게 응대해주었다는 점이었어요. 나쁜 점은 그 직원이 너무나 여유롭고 느긋하게 짐을 열어보는 바람에 제 속이 타들어갔다는 점이었고요.
"너는 어디서 왔어? 한국? 와, 나 한번도 한국 안가봤어!"
"넌 무슨 일 해? 간호사라고? 와, 정말 대단한 걸! (멀리 있는 직원을 부르며) 존, 이 아가씨 간호사래!"
"(캐리어 속 컵라면을 꺼내며) 와 이거 진짜 매워보인다. (은근한 눈빛) 난 이게 마음에 들어!"
"(내 고데기로 머리 마는 시늉을 하며) 와우~~~~"
^^... 시간이 넉넉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제 표정은 엉망이었을거에요. 간신히 짐 검사가 끝나고 출입국 심사를 하러 갔어요. 다행히 아주 간단하게 끝나더라고요. 남은 돈을 쓰려고 매점에 가서 기웃거리니 방송이 들립니다.
"승객 여러분들께 알립니다. 잠시 후 5번 출입구로 매직 킹덤으로 가는 열차가 들어옵니다."
내 귀를 관통하는 그 단어, 매직 킹덤! 역시 디즈니랜드는 열차 조차도 환상이구나. 이제 영국은 안녕, 프랑스로 가는 시간이 되었구나! 얼른 매점을 빠져나와 열차를 타러 갔어요. 아시아 권이 아닌 디즈니랜드는 처음 가는데... 얼마나 환상적일지 정말 기대가 컸어요. 유레일 패스에 짐 검사까지 끝나고 나니 긴장이 좀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열차를 탑승했고, 조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을 바라보다, 프랑스 국경을 넘는 순간... 휴대폰 유심의 인터넷이 끊겼어요.
https://brunch.co.kr/@78945612396/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