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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Jul 25. 2022

낯선 여행지에서 호텔 가는 법을 모르면 생기는 일

((이전글))

https://brunch.co.kr/@78945612396/124


  프랑스의 경계를 넘는 순간 끊긴 인터넷... 흔들리는 나의 동공... 아무리 뚝딱거려도 미동없는 나의 휴대폰... 성공적인 방어(이전글 참조)에 기뻐한 시간도 잠시, 나의 프랑스 여행의 시작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일까요...ㅠㅠ 그래도 다행인 점은 바로 파리 시내로 가는게 아니라 파리 디즈니 랜드가 위치한 마른 라 발레가 다음 목적지라는 점이었지요. 디즈니랜드까지 가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거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도착했어요. 다행히 무사히 역에 도착했지만, 역이 왜이리 복잡한지... 캐리어도 들고 있고 인터넷도 되지 않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하기에 더 복잡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마른 라 발레 역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짐을 맡길 곳을 찾아 빙빙 돌고, 캐리어를 들고 올라갈 수 없어 또 다시 빙빙 돌기를 반복. 드디어 캐리어를 맡겼어요. 여전히 유심은 에러 상태였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어요. 일단 디즈니로 들어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와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낼 순 없다는 마음으로 디즈니랜드로 향했어요.


  디즈니랜드는 두 가지 별도의 존으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하나를 빠르게 보고 다른 존으로 넘어갔어요. 머리가 너무 복잡했지만 돌아다니는 동안은 참 행복했어요. 내가 꿈꾸던 곳에 정말로 와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너무 설렜거든요. 누구보다 열심히 분주히 돌아다니며 다른 디즈니랜드와 비교해가며 시간을 즐겼어요. 조금 아쉬웠던 건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 '숙소로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과 '너무 늦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이었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살아야 하니까요. 그 당시 휴대폰도 먹통인 채로 숙소로 돌아가는건 저에겐 생존의 문제였거든요.


  퍼레이드 타임을 앞두고 이제 귀가길을 고민해보자 싶어 벤치에 앉았어요. 당시 제가 가진건 종이 바우처와 기본적인 정보들이었어요. 이까지만 생각해두고 자세한건 휴대폰으로 더 알아보며 갈 생각이었는데 휴대폰이 먹통이 되버린거죠. 마른 라 발레 역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가면 발듀로프 역이 나오는데, 이 역은 라 발레 빌리지라는 아울렛이 있는 역이에요. 큰 쇼핑몰과 아울렛이 위치해있는 곳이지요. 그곳 근처에 있는 ibis 호텔로 숙박 예약을 했었어요. 


  다만 좀 마음이 쓰였던 게, 앞서 렌즈를 잃어버려 찾느라 고군분투 했던 때에, 어디서 받을지를 고민하면서 예약했던 호텔에 문의 메일을 보냈었는데 ibis호텔은 답이 없었어요.

((참고))https://brunch.co.kr/@78945612396/123


 파리 시내에서 묵을 민박집 사장님께 전화 연결을 부탁드렸지만 전화가 안된다는 답을 들었고요. 상식적으로 호텔이 메일 답도 없고 전화 연결이 안되는 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이미 날짜가 너무 임박해서 가서 처리해야겠다 싶었거든요. 아직 숙박 예약을 받고 있는걸 확인했기 때문에 설마 폐업했겠어? 싶기도 했고요. 어쨌든 그런 상황이었고 이제 그 호텔로 가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종이 바우처를 꺼내들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저와 같은 벤치에 앉아있는 어떤 소년이 보였어요.


  "안녕? 나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야. 내가 오늘 예약한 호텔까지 가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데, 혹시 네 휴대폰으로 한 번 확인해줄 수 있겠니?"

  "(잠깐의 정적) 저기... 나 말하는거야? 어... 나 영어를 잘 못하는데, 잠시 기다려봐. 내 친구를 불러올게."


  외국인이라고 다 영어를 잘 하는건 아니구나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1초 스치고 지나갔어요. 네. 여긴 유럽이니까요. 그 소년은 프랑스인이더라고요. 곧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소년의 친구가 왔어요.


  "안녕! 무슨일이야? 나도 영어를 잘 하진 못하지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줄게!"

  "안녕! 정말 고마워. 나는 한국에서 왔고 오늘 여기에 왔어. 그런데 내 휴대폰이 좀 이상해서 인터넷이 안되네. 호텔로 가는 법을 모르는데, 혹시 구글맵으로 한번 확인해줄 수 있니?"

  "물론이지. 잠시만... 기다려줘."


  아, 이렇게 해결하다니! 정말, 멋지다. 역시 다 방법은 있는거지! 뿌듯한 마음이 사르르 피어오를 즈음, 그 친구의 말이 귓가를 때립니다.


  "어... 이 호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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