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런 상상, 해본 적 있지 않나요?
회사만 그만두면, 이제 좀 숨통이 트일 줄 알았던 거요.
아침마다 억지로 눈뜨지 않아도 되고,
억눌린 말 꾹 참고 회의실에 앉아 있지 않아도 되고,
버거운 출근길에 지쳐있지 않아도 되는 삶.
그게 곧 ‘자유’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랬거든요.
퇴사하고 나면 분명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상하죠.
딱 하루, 이틀은 좀 좋았던 것 같은데
그 이후부터는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불안이라는 게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이제 뭐하지?"
"내가 뭘 할 수 있지?"
그 물음이 마음속을 뱅뱅 돌기 시작하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시간은 많은데, 방향이 없다는 게 이렇게 막막한 건지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조용히 노트를 꺼냈어요.
나를 증명할 무언가를 찾고 싶었거든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흔적들,
그중에 무언가는 가치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블로그를 오래 했었고,
작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해봤고,
병원 마케팅도 맡아봤고,
포스터, 카드뉴스, 스티커, 배너 같은 디자인도 만들 줄 알고...
TV 프로그램 로고를 맡았던 적도 있었고,
공모전에 나가서 대상을 받은 적도 있었지.
이렇게 적고 나니,
어느새 노트 한 페이지가 꽉 차더라고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라, 나 생각보다 이것저것 많이 해봤네?"
그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해온 건 맞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요,
그게 다는 아니더라고요.
자부심이 올라오는 것도 잠시였어요.
이내 따라붙는 다른 생각이 저를 다시 붙잡았어요.
"근데… 이 중에 뭐 하나 확실하게 밀 수 있는 게 있을까?"
이건 조금, 저것도 조금 할 줄 아는 건 맞는데
어느 것 하나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운 상태.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시작돼요.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굳이 나까지 이걸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하나하나 나를 작아지게 만들어요.
그러다 보면
내가 적은 그 리스트가
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나는 뭐 하나 제대로 못 해요"라고
스스로 낙인찍는 도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데요,
그때 제가 느꼈던 불안이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불안은 때로 시작의 신호예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서툰 방식으로 나를 흔들고 있었던 거예요.
그날 적어봤던 리스트는
미완성의 흔적이 아니라
가능성의 조각들이었어요.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분명 내가 살아온 시간의 결과들이었고,
그 안에 무언가는 분명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보기로 했어요.
뭐부터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블로그도 다시 써보고,
디자인도 다시 만져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실험해봤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회사 밖에서 월 300 프로젝트"였어요.
처음엔 그냥 이름 없는 시도였지만,
지금은 그 흐릿한 출발이
저를 이끄는 방향이 되었어요.
혹시 당신도 지금,
그 리스트 앞에서 멈춰 서 있나요?
“할 줄 아는 건 많은데,
무엇을 밀고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런 마음, 너무 잘 알아요.
그럴 땐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나에 확신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 조각들 속엔 분명
당신만의 길이 숨어 있어요.
지금 그게 잘 보이지 않을 뿐이에요.
아직 선명하지 않을 뿐이지,
당신 안에 그 길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어요.
움직이겠다고 마음먹는 그 다짐부터
이미 방향은 생긴 거예요.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닿았다면,
다음 글에서는 제가 그 조각들을
어떻게 연결해 나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조금 더 나눠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