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 회사의 업무는 충분히 익숙해졌고,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충분히 안정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먼저, 건강이 나빠지고 있었다.
일단 나의 업무 패턴이 직장과 맞지 않았다. 나는 대부분의 업무를 오전에 빠르게 처리하는 편이었다. 밀도있게 집중해서 처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나에게 더 맞았다. 하지만 직장인의 패턴이란 잔잔한 강도로 꾸준히 업무를 하는 게 권장되는 듯 했다. 빠르게 집중해서 처리하면 그만큼 밀도있는 휴식이 필요한데 그럴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고, 내 업무 스타일을 모르는 사람은 그저 논다고 생각할 터였다. 그래서 입사 이후로는 ‘강강강강’의 텐션으로 일을 해왔다. 시간이 남으면 남는대로 더 많은 일을 찾아서 했다.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거나 툴을 숙지하며 말이다. 덧붙여 성과에 대한 부담이 더해졌다.
어느 날, 숨을 쉬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어느 순간 내가 의식적으로 숨을 깊고 크게 들이쉬려고 애쓴다는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 행동이 몹시 불편하게 느껴졌다. 보통 오전에는 컨디션이 좋다가 오후 4시 이후로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스트레스가 너무 과중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조건들을 봤을 때, 스트레스를 느낄만한 업무들은 없었는데 왜 내가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상사를 비롯한 다른 분들께 조언을 구했다. 아마 어떤 이유가 있을것이고, 그걸 찾아서 해결을 해야한다고 했다.
곰곰히 생각하자 이유가 하나둘 풀려나왔다. 부담감이 컸다. 그간 해왔던 몇개월간의 다양한 활동들을 마주하며 스스로 습득하고 방법을 찾아 해결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으나 누적된 스트레스도 있었다. 또 단시간 내에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각 부서의 사람들과 좋은 인상을 보여야 했던 부담감이 컸다.
덧붙여, 많은 성장을 이루어내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었다. 하던 활동을 더 능숙하고 편안하게 처리할 수 있겠지만, 이젠 그보다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ai의 발달과 함께 세상은 무척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몇 년 안에 대부분의 자리가 대체될 것이 뻔히 예상되었다. 이 직장이 나를 평생 먹여살려줄 게 아니라면, 나는 독립해야 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나가 나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 대행사를 차리던지 1인 기업을 위한 마케팅 교육을 진행하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두려웠다. 안락한 월급과 모든게 익숙해진 편안한 상태를 벗어날 결심이. 계속 성장하려고 하면 정신적으로 피로하지만, 모든걸 내려놓고 그냥 일하면 분명 아주 편안할 터다. 하지만 그 익숙함에 잠겨버리면, 다시 각성하기까지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갈 것이다.
‘내 생각이 잘못됐을 수도 있잖아?’
‘어쩌면 다니면서 내 사업체를 준비해도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버티며 2-3개월을 보냈다. 그동안 몸은 더 쇠약해졌고 마음은 더 식어갔다. 스트레스에 에너지를 소모하자 퇴근후에도 새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마음을 두 군데에 쏟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정말 이제 돈 때문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건 분명히 적신호다. 끓어가는 물 속에 있는 개구리가 된 기분. 더 익어버리기 전에 탈출해야 하지 않을까?
결정적으로, 아이들이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며, 태권도 학원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코피를 흘리며 몹시 피곤해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엄마가 출근해야 하니 가야한다고 말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육아기 단축근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이상 방법이 없었다. 이제 나는 선택해야 했다.
이게 맞나?
이건 내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어쩌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은 아닐까?
그렇게 나는 5년만에 얻은 직장을 내려두고,
또 다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