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후, 정신과 육체에 휴식이 깃들자 빠르게 회복했다. 반대로 그 이후엔 다시 불안감이 커져갔다. 좋은 직장을 내가 걷어찬 것 같다는 뒤늦은 후회. 그리고 밖에서 과연 내가 홀로 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러움. 주변에서는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고 나왔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쥐기 위해서는 이미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야 함을, 나는 이전 퇴사 경험에서도 느꼈다. 이게 더 좋을지, 이전의 것이 더 좋을지는 알 수 없다. 새로 쥔 것이 완전한 꽝일수도 있다. 어쩌면 그러니 인생이 흥미진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내가 잃을 것이 있나? 프리랜서 생활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빠르게 돌아 나가면 그만이다. 한번 해본 취업, 두번이라고 못할까. 이젠 경력도 쌓였는데.
의문을 품고는 살지 못하는 법이다.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는데 그걸 덮고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내 성격이 그러했다. 차라리 빨리 열어보고 ‘이전 길이 더 나았네!‘하는 판단을 하고 미련 없이 돌아가는 게 나을 것이다. 나는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이제부터는 실전이다. 내가 원하는건 무엇인가? 리스트업을 해보았다.
나는 1인기업이 되고 싶었다.
ai툴을 적극 활용하는 1인기업 말이다.
출퇴근 시간이나 나의 스케줄을 내가 핸들링하고 싶었다.
일을 적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건 내 몸에 맞는 방식으로 일하는 패턴이었다.
혼자 일하고 싶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뭐, 클라이언트의 눈치는 보게 되겠지만.
과한 스트레스는 원치 않는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내가 지나온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 사실 가장 원하는 활동은 그랬다. 하지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는 아직 모호했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자‘고도 말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법‘도 알려주고 싶었다. 자기탐구를 통해 나의 꿈을 찾고, 그걸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동기부여도 할 것이고, 실질적인 기술이나 방법 강의도 할 것이다. 나는 분명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도 보여준 사람이다.
혹은 기술 강의를 할 수도 있었다. 나는 상업적 블로그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던 사람이니까. 일을 하며 마케터에게 필요한 간단한 카드뉴스나 포스터 디자인도 경험했다. 이 정도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입문 교육도 할 수 있었다. 세상의 수요는 이 쪽이 훨씬 많은듯 했다.
마케팅 외주를 받을 수도 있다. 사실 하던 일을 이어서 한다면 이 쪽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나중에는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거야. 그리고 시공간이 자유로운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싶어. 그리고 내 이야기도 책으로 쓰고 싶어!‘
간호사 시절 다짐했던 목표와도 거의 근접한 것 같다. 마케팅쪽으로 건너왔으니 이제 외주를 받는 프리랜서나 1인기업으로 자리잡으면 이 목표를 이루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부터 해야할까?
끌리는 정도는 순서대로였다. 메신저가 되는 길이 가장 끌렸다. 하지만 수요가 적을 것 같았다. 진실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내 경험으로 증명하고 기록해왔지만, 어딘가 부족했다. 이걸 어떻게 수익화를 할지가 막막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길을 먼저 걷고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들은 메세지를 전함과 동시에 그 메세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함께 판매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똑같아서는 안됐다. 나는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개성이 필요했다.
이걸 어떻게 하면 나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을 도와주고 싶지?
난 나처럼 헤맸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지금 하는 일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 말이야. 혹은 나처럼 경력이 끊겨 새로운 시작을 하기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겠지. 특히 아이를 키우는 라이프스타일에는 SNS를 활용하는 일이 딱 맞는데 말이지. 하지만 SNS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너무 많고, 그 사람들의 숙련도를 내가 따라가진 못할텐데, 괜찮을까?
이 방향은 2, 3번의 방향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알고리즘을 이야기하거나, 유행하는 밈을 따라하는 강사들의 모습이 나에게 끌림이 크진 않았다. SNS 마케팅,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 등...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는 많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키워드를 쓰고 있으니 이게 맞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맞는지 아닌지는 해봐야 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으론 세상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조금 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계산이 섰다. 좋아. 2, 3번을 먼저 경험해보자.
다음 노선은 프리랜서 마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