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로서 가장 먼저한건 아빠가 운영하시는 동물 병원의 마케팅 세팅이었다. 플레이스 조차도 아무것도 세팅 되어 있지 않아, 이건 유령 병원인가... 싶은 그런 상태였다.
막상 새롭게 세팅을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신이 났다.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 만들기‘를 해보는 느낌이었다. 나는 마케팅만큼이나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브랜딩이 바로 ‘캐릭터 만들기‘다. 각자의 이야기에서 매력적인 요소들을 꺼내서 조합하고 설득력있게 풀어가면 멋진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이 여기서 발생한다. 브랜딩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관념.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관념.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 각자 살아온 과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의 당신은 과거의 당신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 이유에는 어떤 가치관이 작용했을 것이다. 평범함과 특별함은 관점 차이이며, 모든 사람이 다 특별하다는 걸 정말 진심으로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는게 자신만의 특별한 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아빠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셨다. 평범한가? 일반인이 보기엔 수의사라는 직업은 무척 특별하다. 의사인 것도 특이한데,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라니. 무척 특별하다.
물론 동물병원은 다 똑같은 수의사들끼리 경쟁해야 하니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수의사들이 이 길을 겪기로 결정한 이유가 똑같은가?
아니다. 계기가 비슷할 수는 있지만 이유는 모두 다르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꺼내서 살리면 그건 자신만의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아빠는 시골 출신이었다. 어릴때부터 소와 돼지를 길렀던 그런 시골 말이다.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시골. 그래서 잘못된 지식이나 타이밍을 놓쳐 진료를 못받는 경우가 많았다. 새끼를 낳은 어미 돼지가 산욕열에 시달려 죽은 날, 소년은 이런 일을 다시는 겪고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물을 진료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이야기가 평범한가?
아니, 무척 특별하다.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었으니까.
이걸 그냥 ‘아픈 동물을 치료해주고 싶어서’로 축약해버리면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숨을 불어넣는 순간 아주 특별한 스토리가 된다.
아빠는 한 지역에서 30년 넘게 동물병원을 운영하셨다. 아빠는 ‘맨날 똑같지 뭐’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 시간을 보낸 아빠가 동네의 터줏대감 같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신도시가 생길 무렵부터 쭉 이어오셨으니까 틀린 말도 아니다.
제 3자가 보기엔 진정성 있는 베테랑 수의사 같아 보이는데 정작 아빠는 새로 생긴 병원들에 밀린다고 생각하셨다. 새로운 지식, 새로운 장비, 그건 그들의 강점이다. 아마 그 병원의 원장들은 이미 자리잡아 단골들이 많은 아빠가 부럽지 않을까? 나에게 없는 것을 뒤집으면 오히려 강점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주는 게 즐거웠다.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소구점을 찾아내고 이야기로 만드는 것. 그게 내가 가장 애정을 갖고 했던 일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가 바로 브랜딩의 시작이었다. 플레이스나 블로그 등 모든 홍보수단에 이 캐릭터를 녹여냈다. 설득력 있는 글은 기본이다. 어울리는 배너도 제작해서 메인에 걸었다. 훨씬 좋았다.
한동안 플레이스를 손보고 블로그 글을 쌓는 것에 집중했다. 블로그 글을 많이 쓰지는 못했지만 없는 것 보다는 훨씬 신뢰감을 준다. 그렇게 2-3개월 집중했더니, 세상에 30여년중 처음으로 네이버를 통해 문의 전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골밖에 안오던 병원에 신환도 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아빠였다. 한동안 고전하던 병원에 변화가 생기니 무척 즐거워보이셨다. ‘마케팅 난 그런거 잘 알지도 못하고 모른다~’ 하는 관점에서 ‘이것도 블로그 소재로 쓸 수 있을까?’하는 관점으로 바뀌셨다. 그렇게 들여다 보면 우리의 인생속에는 무엇 하나 특별하지 않은게 없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함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우린 모두 특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