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는 참 이기적이었지.
면접자리에서 받았던 질문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정말 4년 내내 고민했다. 어떤 간호사가 되어야 할지.
간호사에게 제일 필요한 1순위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어떤 간호사가 되고 싶니?
나 스스로에게 수백 번 던졌던 질문이다.
사실 정답은 없다.
다 중요하다.
하나만 가지고 해결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
모든 게 다 중요하다.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는 마음, 상황을 재빨리 판단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하는 능력, 실수하지 않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빠른 손, 깊이 있는 지식...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사실 간호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자체가 협업이 중요하다.)
과거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나는 과거에 꽤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다.
누구에게 피해주는 것도 싫어하고 그만큼 피해 받는 것도 싫어했다.
과제를 할 때에는 딱 해야 할 일을 나눠서 내 것을 빨리빨리 처리하는 것을 선호했다.
모여서 의미 없이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내며 이도저도 하지 않은 채 헤어지는 조별과제 팀이 제일 싫었다.
그만큼 내 시간을 손해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표를 짤 때 친구와 함께 시간표를 짜기 위해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포기하는 것도 싫어했다. 그 일 때문에 친구랑 트러블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 때는 내 생각이 옳다는 경향이 강했고 나와 다른 입장과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내 생각은 하나의 입장일 뿐 100% 옳은 진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입장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보니 그만큼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와 함께하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간호사도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다.
환자만 대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마주치는 사람은 선배 간호사, 의사, 타 부서 직원들까지!
사람을 챙기는 것이 정말 중요한 위치였다.
나는 사람보다는 일을 먼저 챙기고 처리하는 게 우선적이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모두의 역할이 엮이고 엮여있기 때문이다.
(꼭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 같다.)
수술이나 시술만 하더라도 간호사, 의사, 방사선과, 병리과, 간호보조 인력 등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거쳐 간다.
모두가 함께 제 자리에서 열심히 협업한다면 그 결과는 환자의 건강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중간 과정이 삐걱거려 협업이 되지 않으면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간호사인 나의 능률도 떨어지게 된다.
병동 안에서 동기, 선배 간호사와의 관계 또한 그렇다. 정말 감사하게도 잠깐 일했던 병원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나는 처음에는 손이 빠르지 않아 일하는 게 느린 신규였는데, 그때 함께 일했던 선생님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셨다.
나이트번 때 내가 챙겨야 할 물건들을 이브닝번 선생님이 미리 조금 챙겨주신 경험도 있고.
또 첫 나이트 때 해야할 일을 다 못하고 허둥댈 때 함께 일하는 나이트번 차팅 선생님이 조용히 내 일을 도와주신 적도 있었다.
그 외에도 도움을 받은 경험은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내가 더 빨리 일을 익혀서 선생님들이 내 일을 대신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선생님들이 빠뜨리시는 일이 생기면 내가 챙겨드리기도 하고, 다음번 액팅 선생님을 위해서 미리 일을 준비해두기도 했다. 함께 들어온 신규간호사 선생님과도 그랬다. 서로 함께 도와 일을 끝낼 때 기분좋게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또 여유가 될 때 서로 일을 챙겨서 대신 해주면서 정이 끈끈해지기도 했다.
어쨌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주위 사람들을 잘 챙겨야겠다는 혼자만의 깨달음이다.
내 일을 잘 하기 위해선 주위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
또 너무 내 것만 챙기지 말고 조금 손해 보는 게 마음 편하다는 생각으로 먼저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