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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04. 2022

왜 어린이집을 보내도 시간이 없을까

6개월간 직접 겪어보고 느낀 점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들이 하는 말이 있다. 등원 시키고 뒤돌아 서면 하원 시간이라고... 처음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어쩌면 시간을 허투루 쓰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짐작했다. 그런데 그건 진짜였다. 왜 어린이집을 보내도 내 시간이 안생기는 걸까?


 일단 직접 겪어본 바는 이렇다.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면 비로소 시간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할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된 업무는 집안일이다. 그런데 이 집안일의 범주에 참 다양한 게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집을 쓸고 닦는 일, 설거지, 빨래, 요리 등 가사일을 말하지만, 직접 해보니 집을 돌보는 일의 범주는 그 이상이었다.


 왜냐하면 유지 및 보수를 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고 시간도 많이 들지 않지만 '더 나은 방향'을 염두에 둔다면 시간과 노력이 그 이상으로 든다. 예를 들면 단순 청소는 그리 어렵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들지 않는다. 사용하는 에너지도 육체적 에너지뿐이다. 하지만 이 공간을 어떻게 더 꾸밀 것인지를 고민하거나 어떻게 하면 동선상 더 효율적인 배치를 할 지를 고민하면 시간이 더 걸리고 정신적 에너지를 함께 사용하게 된다.


 특히 이제 막 어린이집을 간 아이라면 연령이 어릴테니 더 고민거리가 많아진다. 아이들은 아주 빠르게 자라고 그때마다 필요로 하는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난감이나 교구 종류도 많은데 어떤 것을 지금 연령대에 배치할지도 고민이다. 자라면서 전에 없던 아이용 가구가 생기는데 이걸 어떻게 배치할지도 고민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전에 없던 습관이나 행동들을 보이게 되면 그에 맞춰 집안 가구 배치도 바뀌게 된다. 


 이런 고민은 청소나 인테리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요리를 할 때에도 아는 레시피로 그때 그때 먹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은 단순 가사 노동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초보 주부에겐 음식 하나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지만 아이를 염두에 두자 할 일이 더 많았다. 어떤 음식이 아이에게 해로운지 유익한지 공부하고 식단을 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이가 편식하거나 적게 먹거나 많이 먹을 때, 아이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식사를 지도할 지도 함께 고민할 문제였다. 야채를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야채를 더 먹이고 싶다면 아이가 왜 야채를 싫어하는 지 부터 알아야 한다. 싫어하는 포인트를 찾아 다른 방법으로 식사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일에는 고민할 여지가 있었다. 물론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에 고민이 생기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다 에너지를 쏟다보면 하루가 금새 가버렸다. 지식이 꽤 쌓이고 습관이 되어서 안정화가 되기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터다. 


 엄밀히 말하면 집안일로 분류되는 이 고민하는 시간들이 차지하는 시간이 꽤 컸다. 문제는 이 고민들이 오로지 나를 위한 고민이 아니라 내 가족을 위한 고민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내 시간이 아니라고 느낄 수밖에... 회사를 위해 일하는 직장인이 일하는 시간을 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일종의 일하는 시간이랄까?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전업주부는 논다'고 생각(오늘도 공원에 아이를 데리고 갔더니 "아~ 엄마가 노는가보다. 데리고 나올 수 있는거 보니까!"하고 말씀하시는 분을 만났다.)하는 것 같다. 가정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 주부들이 정작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뭐하냐는 질문에 "그냥~ 집 치우다 보면 하원시간이지."하고 별 일 아닌것 처럼 대답해서 그런걸까?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는건데도 제대로 표현하지 않아서 오해를 사는건 너무 안타깝다. 그렇지만 사실 나 조차도 그런식으로 가볍게 대답을 해왔다. 직장인이 "그냥 회사 다녀~ 힘들긴 한데.. 다 그렇지 뭐~"라고 대답한다면 아무도 그가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말은 쉽게 해도 그게 쉬운게 아니라는걸, 사실 많은 걸 함축하고 있는 말이라는걸 다들 알기 때문이다. 왜냐면 직장인이라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테니까. 주부끼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해 본 사람은 어떤 느낌인지 아니까. 하지만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테니까, 가볍게 여겨지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케바케일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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