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민 Mar 15. 2022

육아는 힘들지만 즐겁다.

 27개월 반에 접어든 쌍둥이들은 오늘도 잘 놀고 낮잠을 자고 있다. 고집도 세지고 떼도 많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자기 주장이 생겨 신기하고 기특하다. 오히려 함께 맞춰 갈 수 있어서 더 즐거운 날들이다. 예전 같았으면 몹시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아이들을 흘러가는 대로 맞춰주되 필요한 부분만 통제하니 훨씬 육아가 즐거워졌다. 우아한 밀당 스킬을 장착하니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도 훨씬 능숙해졌다. 아이들은 쫓아가지 말고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 27개월에 접어드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동안 느꼈던 감정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육아가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쌍둥이를, 그것도 아들 쌍둥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에 주변에서 격려 섞인 축하를 많이들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나는 겁도 걱정도 너무 많은 사람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도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일들도 많았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면서 감정과 이해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참 신기했다. 누군가를 이렇게 깊게 사랑해본 적이 있었을까.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위해 내 모든 걸 내려놓고 헌신할 수 있을까. 미디어에서 '엄마'를 헌신과 사랑의 이미지로만 포장하는 게 참 싫었는데 직접 키워보고서야 왜 그런 이미지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아닌 부모로 바꾸었다면 훨씬 거부감이 덜했을 것 같기도 하고.


 육아는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책임감, 희생, 헌신, 무조건적인 사랑을 떠올리곤 했다. 그렇지만 직접 해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일방향으로 내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게 아니었다. 내가 주는 것보다 아이는 더 많은 사랑을 활짝 보여주곤 했다. 아이가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황홀했다. 아이는 말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엄마'를 입에 담았다. 끊임없이 불러주었다.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순수하게 사랑하는 경험도 신기하지만, 누군가에게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담뿍 받는 것도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경험이다. 육아는 힘들지만 즐겁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