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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Mar 20. 2022

한 번 죽어보면 깨닫는 것들

  소중한 사람과 만나기로 약속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꾸미고 약속 장소를 갔다. 바로 그 순간, 눈부시게 빛나던 그 장소가 굉음을 내며 무너져내렸다. 방금까지의 빛나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한 순간에 내려앉았다. 그토록 아름답던 나는, 그만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스러진 채 생을 마감했다.


  정말 실감나도록 깊은 몰입감이었다. 나는 죽었다. 아찔하면서도 올게 왔구나 싶었다. 바로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건 후회와 미안함이었다. '역시 진작 해볼걸 그랬어! 이렇게 허망하게 죽을 줄 알았으면!' 하는 후회와 '얘들아, 엄마가 너희가 자라는 순간을 더 함께하지 못해줘서 미안해.'하는 미안함이었다. 그 두가지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서면 가장 중요한 것만 남는다. 


  후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후회다. 

  '나 진작 책도 써보고 강연도 하고 유튜브도 할 걸!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걸! 그깟 악플과 비난이 뭐가 두려워서 아무 것도 시작하지 못했을까. 결국 죽을 때 남는 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뿐인데.'

  그 감정을 마주하자 비로소 나의 길에 확신이 들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무엇이 되었든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싶구나 하는 확신 말이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 지 계획하고 먼 미래를 그리기 보다 일단 당장 내가 할 수 있는걸 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당장 내가 죽었을 때 더 후회될 것 같았으니까.


  미안함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다. 특히 한창 자라며 엄마의 빈 자리를 크게 느낄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며 나를 추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추억을 남겨주지 못했다는 게 너무 한스러웠다. 내가 예상보다 일찍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그동안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지 못한 게 안타깝고 좋은 기억들을 더 남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 때의 마음을 되새기며 아이들에게 더 사랑을 표현한다. 조금 힘들더라도 아이들과의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나의 죽음을 체험하던 날, 나는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믿는다. 이전의 나는 줄곧 현재를 그리기보단 과거를 그리워하곤 했다. 더 잘 해내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했고,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더이상 과거를 후회하느라 현재를 희생시킬 수 없다. 그러면 후회스러운 과거를 하나 더 생길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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