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수 몇 그루는 아직 키가 작고 일년생 채소들은 잡초 사이에서 곤충들과 힘겨루기를 한다. 노린재들이 고추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서 잎을 먹기도 하고 줄기에서 즙을 빨아먹기도 한다. 신나게 짝짓기를 하며 어린 노린재들을 키운다. 옆에 있던 가지도 마찬가지로 노린재 놀이터가 되었다.
지금이라도 녀석들을 잡아서 없애야 하나하다가도 자연의 힘을 믿어보자 하고 지켜만 본다. 작년에는 노린재가 이렇게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 약을 안친다고 소문이 났는지 정말 다글다글 하다.
처음 가이아의 정원이라는 책을 읽고 내 정원을 꾸미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는 계획이 있었다.
'키 큰 나무를 심어 그늘을 드리우면 사이사이 작은 관목이나 화초들을 키우고 덩굴 식물이나 지피식물로 땅을 뒤덮게 해서 맨땅을 드러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 2년이 지났지만 나무들은 아직 키가 자라지 않았고 화초들도 계절마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다행히 녹비작물인 토끼풀을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말 잘 자랐다. 온 땅이 토끼풀로 초록 잎과 하얀 꽃으로 뒤덮였을 땐 너무나 아름다웠다. 일년생 채소 사이에 자란 토끼풀은 가위로 잘라주며 충분히 수확할 수 있었다.
루꼴라 사이 자라난 토끼풀
찔레꽃이 피고 지는 동안 토끼풀은 땅을 덮고 다른 풀들이 자라는 것도 억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7, 8월이 되면서 토끼풀은 힘을 잃었다. 그 사이로 올라오는 바랭이나 강아지풀 같은 키 큰 녀석들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두어 번의 예초 작업에도 한없이 올라오는 키가 큰 녀석들. 대책이 필요한 것 같았다.
지난 주말에는 일단 고랑의 풀을 다 베고 야자매트나 종이 박스 등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몇 번은 더 이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자주 걸어 다니면 땅도 밟히면서 풀도 자라지 못하겠지만 가끔 가는 곳이라 한계를 느낀다.
고랑에는 풀이 자라지 못하게 덮개를 해서 다니고 이랑은 밟히지 않고 다져지지 않도록 나뭇잎이나 잔 가지등을 덮어 흙을 폭신하게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더 많은 나무와 꽃과 채소를 심는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예상은 되지 않는다.
토끼풀 팔찌
게으른 농부를 선언했지만 토끼풀을 이기는 잡초들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시기다. 내가 사랑하는 토끼풀이 여름에 올라오는 잡초들을 이기지 못한다. 내가 도와야 하는 것이다. 어느새 제초제도 농약도 치는 농부의 마음이 된다. 초보 농사꾼이 현실에 부딪힌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모든 풀들을 다 이기지 못하는 것도 안다. 다만 노린재에게 부탁하듯 잡초에게도 부탁한다. "얘들아, 이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