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로운 잡초로는 토기풀을 비롯하여 자운영, 살갈퀴 따위의 콩과 식물이다. 바로 녹색식물의 줄기와 잎이 비료가 되는 녹비작물이 그것이다. 이들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작용을 하는 뿌리혹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어 이 박테리아가 흙에 질소를 공급해 주고 박테리아는 식물의 뿌리로부터 영양소를 제공받는 공생 관계이다.
처음 콩과 식물의 질소 고정작용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기뻤다. 텃밭에 올라오는 잡초를 마냥 없애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나의 고정관념을 벗어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피식물 돌나물
그뿐만 아니었다. 토끼풀이나 괭이밥, 돌나물, 쇠비름 같은 지피식물은 땅을 덮어 촉촉하게 해 주어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억제해주기도 한다. 아무 식물도 없는 맨땅은 물을 주지 않으면 바짝 말라버린다. 토끼풀을 키우는 내 밭은 가뭄이 심할 때 외에는 물을 거의 주지 않고 식물 스스로 이겨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잡초가 또 어떻게 땅을 이롭게 하는가?
내 사랑 토끼풀을 덮어버리는 바랭이나 방동사니 따위의 키가 큰 벼과 식물은 씨가 맺기 전에 베어서 채소가 자라는 텃밭에 멀칭재로도 훌륭하다. 물론 가을에 보리나 호밀, 서양잔디 따위의 씨를 뿌려 땅을 비옥하게 하고 멀칭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이렇게 자라는 잡초를 멀칭재로 쓴다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물론 시기를 놓치면 힘든 일이 닥칠 수도 있다.
잎 줄기를 식용하는 괭이밥
이처럼 땅을 이롭게 하는 역할 외에도 달개비라고 불리던 닭의 장풀 같은 풀은 의외로 요리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굳이 비료를 주지 않아도 땅 속에 그 씨앗이 잠을 자다 적당한 기온이나 시기가 되면 일순간 땅 위로 해마다 올라오는 잡초들. 매번 새로운 잡초 새순들이 올라오지만 일 년 내 자라는 잡초들은 부드러운 부분만 따서 푹 데쳐서 요리할 수도 있다. 요리로 사용할 수 있는 잡초가 어디 이것뿐이랴!
처음 '그래 잡초와 경쟁하지 않고 식물을 키울 수 있구나'라고생각하고 제일 먼저 토란을 심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웃 분이 조금 나온 잡초를 보고는 "이렇게 뽑아야지" 하고 조언을 했었다. 아는 것만큼보이는 우리들.
남편이 만든 토끼풀 정원
아직 잡초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많기는 하다. 꽃씨를 뿌려도 다른 풀들 때문에 꽃의 싹이 보이지 않아 곤란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오늘도 작물과 풀과 꽃이 함께 어울리는 텃밭정원, 생태텃밭을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