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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워수 Jan 27. 2024

[비행일기] 용감하게 하늘을 가르는 어린이 승객들 UM

Unaccompanied Minor


항공용어 중 하나인 UM!

Unaccompanied minor (passenger)의 약자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법적 보호자 없이 혼자 여행하는 어린이들 (5-14세, 항공사마다 다를 수 있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항에서 혼자 목걸이를 하고 항공사 직원을 따라다니는 어린이들이 바로 이런 UM!


공항 도착 후, 카운터에서 체크인할 때부터 지상 직원이 같이 붙어서 보안검사, 입국 심사 및 본인 비행기 탑승까지 동행하고(일반 승객보다 미리 탑승) 승무원들에게 여기 UM 있다고 넘겨주고 간다.

그러면 우리 플라잇 크루들이 가서 인사하고 여기에 콜벨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우리가 올 거고, 화장실은 여기에 있고, 주방은 여기야 목마르면 오면 돼~ 이렇게 전반적인 비행에 대한 안내를 해준다.


저번 비행 완전 만석


나는 워낙 초 장거리만 해서 그런가 많이 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10-13 시간 비행을 5살짜리가 혼자 할 일은 극히 드물겠죠? 그래도 지금까지 두세 번 정도 UM 태워간 적이 있다.


한 번은 프랑스 남매였는데 한국에서 우리 항공사를 타고 독일로 간 후 거기서 환승 한번 후 프랑스 파리로 가는 여정을 한단다.

둘은 많이 쳐줘도 유치원생 나이였는데.. 보자마자 머리에 물음표가 팡팡 터졌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보호자 없이 둘이서만 가겠지? 싶으면서도 파리 직항이 있는 프랑스 항공사는 스케줄이 안 맞았나 어떻게 독일어/영어/한국어 한 마디도 못하는 애들을 독일 항공사에 태워서..? 아무리 항공사 직원이 케어해 준대도 열몇 시간 비행 후 환승을 또…? 만에 하나 독일 도착 후 파리 가는 비행기가 캔슬된다면..? 어린이들은 시차적응 더 못해서 피곤해하는데 어떻게 한담..? 혹시라도 우리 비행기가 다시 인천으로 회항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천만다행으로 그날 크루 중 딱 한 명 불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서 UM 두 명을 도맡았다.

우리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실컷 만화영화 보며 콜라 시켜가며 장거리 비행을 즐긴 어린 손님들~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정시 도착으로 끝났다.


9살 정도 되어보였던 한국 어린이 승객을 태워간 적도 있다. 보딩 할 때 “Hi! My name is (가명) HJ, nice to meet you!”라고 똑 부러지게 인사하며 크루 모두에게 악수를 건네서 나도 같이 일하던 크루들도 모두 기절~

옆에 있던 크루가 한국애들 다 이래? 이래서 무슨 소리야 나도 태어나서 처음 봐라고 대답했다.

어쩜 쑥스러워하지도 않고, 의젓한 태도와 훌륭한 매너에, 영어는 또 어찌나 잘하던지 미국 살다왔어? 하니까 어릴 때 (이미 지금도 어리면서! 너무 귀여움) 동부에서 좀 살았단다.


똘똘했던 우리 한국인 UM 승객, 옆 자리 앉은 대학생 형아들이랑 대화도 조잘조잘 나누고 탄산음료 실컷 마시고 밥도 잘 먹고 영화도 열심히 보더니, 어린이 긴한지라 긴 비행 뒤 피곤했던지 패딩이랑 가방까지 다 놓고 내려서 내가 후다닥 뛰어가서 전달해 줬었다.

업무 특성상 비행이 끝나면 거기서 모든 게 끝나는지라 우리 승객들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데 이 UM 들은 가끔 생각난다. 같이 일했던 크루가 ‘저런 애가 나온다는 보장만 있다면 다섯도 낳겠다’ 고 비행 내내 감탄하게 만들었던 우리 한국인 승객. 그때 그 모습대로만 잘 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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