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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워수 Feb 05. 2024

[비행일기] 유럽인 승무원이 한국 비행을 좋아하는 이유

I love Korea flight!


당연히 내 가족 내 친구들 있는 내 나라로 가는 거니 나에겐 항상 한국 비행이 최고지만 유럽인 동료들 중에 다른 곳 다 제치고 한국 비행을 유난히 좋아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한국 비행 좋아해? 하고 물었을 때 나온 대답들을 모아봤다.


가장 먼저


1. ”안전해서 “


제일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총, 강도, 소매치기 없어서 좋다고. 셋 다 한국 일상생활에선 접하기 힘든 단어긴 하다.

미국 비행은 아무래도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총기 사고 때문에 무섭고 위험하다고 싫은데 한국은 그럴 일이 전혀 없다고 좋단다.

남미 비행 역시 위험 요소가 많은 데스티네이션이다. 총기 마약 그렇죠~

남미 몇몇 비행에서는 랜딩 후,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크루 버스가 매번 다른 길로 갔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유럽 국가 = 부자 나라라는 인식이 있어서 루트 노출 돼서 강도 털릴 위험이 있다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이유이긴 하다.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명 관광지에 소매치기 많은 것도 사실. 한국은 사람 많고 복작복작한데 가도 지갑 털리는 일 전혀 없고, 심지어 본인 부주의로 뭘 흘리고 와도 다음 날 찾아가니 보관해주고 있더라- 등의 도시 미담들을 크루들 통해 자주 듣는다.



2. ”싸서 “


2월 5일 현재 유로 환율 1유로에 1437원으로 유로화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간단한 외식, (보세) 의류 쇼핑 특히 문구류 등은 유럽보다 비교도 안되게 싸고 퀄리티가 좋다. 베를린에 있는 아시아 임비스 (서비스 있는 레스토랑 레벨까진 아니고 내가 주문하고 음식 완료되면 내가 픽업까지 하는 식당, 푸드코트는 또 아님)에서 대충 한 끼 때우려고 팟타이에 음료 주문하면 팁 1-2유로 포함 토털 14-17유로 정도가 나온다. 김밥 천국 가서 참치김밥+ 돈가스 김밥 두 줄 시키면 만원인데 (=7-8유로) 물도 그냥 주고 국물도 나오고 김치랑 단무지도 같이 나오죠? 비행 온 크루들은 소고기 오마카세나 내추럴 와인바를 가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런 한 끼 때우는 식사는 한국이 훨씬 저렴하다.


나는 최근에 한국에서 눈썹 문신을 했는데 리터치 포함 15만 원이었고, 독일에서 하려면 300유로 정도 줘야 한단다. 가격 차이는 이렇게나 큰데 디자인 잡고 문신해주는 기술은 한국이 훨씬 낫다. 네일 아트, 마사지 등도 마찬가지고요!


학생들 노트나 다이어리 같은 학용품 귀여운 거 유럽에서 사려면 디자이너 샵 같은 데를 굳이 굳이 찾아가야 한다. 한국은 다이소 아트박스 등 길만 걷다 들어가도 종이 질도 좋고 디자인도 귀엽고 가격도 싸고.. 특히 스티커 같은 것들! 십 대 자녀 둔 부모 승무원들은 한국 비행 다녀오면 자식들이 가방 빨리 열라고 성화란다.


저는 지금 뉴질랜드에 와있답니다 호호


3. 뷰티


K 뷰티 말모~ 진짜 비행기 휩쓴다.

돌아가는 비행에서 자기 화장품 사느라 레이오버 비 다 썼다고 하는 크루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본인이 딱히 관심 없더라도 엄마/시엄마/와이프/여자친구/이웃/대녀 대모 등이 한국 must buy 쇼핑 리스트 한가득 써줬다고 보여주기도 한다. 마스크팩 수분크림 (그놈의 달팽이 크림) 선크림 등등 색조는 잘 모르겠는데 스킨케어 제품 인기가 정말 많다.



4. 시간이 길어서


이 이유는 특정 승무원들에게 한정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 상공을 지날 수 없어 서울까지 한참 돌아가게 되고, 안 그래도 길었던 비행시간이 더 늘어났다. 오고 가는 총시간이 보통 29-31 시간 정도로 나오는 데 (비행시간 앞뒤로 준비/마무리 시간 포함) 4일짜리 트립에 31시간이면 = 5일짜리 투어 2번 보다도 총 출근 일수나 비행기 뜨고 내리는 횟수는 적지만 총 비행시간이 길다.


시차 없게 짧게 유럽 단거리 떴다 내렸다 20번 남짓을 5-6 일 동안 할 바에야, 한번 크게 고생하고 비행시간 채우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집에 애들 있는 크루들이 선호하더라고요 집 짧게 떠나도 시간 잘 채워진대서~


그 외 생각나는 재밌던 이유들을 떠올려보자면,

코리안 사우나(= 찜질방) 가는 재미로 한국 온다던 핀란드 출신 크루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 동료였는데 유튜브 망치 보고 한국 음식에 빠졌다며 음식 재료 사다 나르러 온다는 크루

마늘 좋아하는데 유럽에선 마늘 먹는 게 예의가 아니라 아시아 비행 와서 실컷 먹고 간다는 크루

본인은 아시아 비행 오면 잠 한숨 못 자는 타입이라 너무너무 힘든데 본인 자식이 한국에서 일하고 산다며, 자식 보고 싶어서 최대한 많이 한국 비행 신청한다던 엄마 승무원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비행 좋다 하면 참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다음 토픽은 유럽 크루들이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돌아오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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