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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워수 Feb 13. 2024

[비행일기] 유럽인 동료들이 묻는다 “한국승객 왜그래“

나도 몰라…


나는 미처 몰랐거나, 당연하게 여겼던 일인데 동료들이 물어봐서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왜 인도사람들처럼 음료를 다 안 마시고 줘?


나는 해 본 적 없는 인도비행이지만 우리 회사 크루들은 물론 국내 항공사, 외항사 다니는 다른 친구들에게 자주 들어본 악명 높은 인도 비행!


인도 승객들이 대체로 요구사항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음료 주문할 때 한 번에 ‘물 한잔, 콜라 한잔, 위스키도 한잔 근데 오렌지 주스도 같이~’ 이렇게 인당 두 잔은 기본이고 3-4잔씩 시킨다 한다. 그런데 음료 서비스 끝나고 쓰레기 모으러 가면 다들 몇 입 마시지도 않은 채 버려달라 한단다. 큰 비행기 만석이라 치면 300명, 그들이 3잔씩만 마셔도 900잔인데 말만 들어도 힘들고 음료 버릴 때 환경오염 걱정이 절로 날 것 같다.


저 말을 듣고 비행 때 지켜보니 한국 승객들도 다 끝내지 않은 채로 돌려주는 분이 꽤 된다. 양이 많아서? 라기엔 뚱뚱이 캔 채 나가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 컵이나 유리잔에 따라서 드리는데… 추측해 본 다른 이유로는 장거리 비행이라 너무 많이 마시면 화장실 가는 게 귀찮을까 봐? 나한테는 한국말로 반만 따라주세요~ 가 되는데 외국인 크루와는 아무래도 소통 문제 때문에? 아니면 진짜 그냥?


한 모금만 마신 것 같은 화이트와인이랑 맥주 버릴 때 제일 속상하다. 내 몫까지 다 드셔주시지~


크리스마스 때 팔았던, 수명 다한 구명조끼로 만든 파우치


왜 인사를 안 해?


승객들 탑승할 때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welcome on board~ 하는데 서양인 승객들은 거의 똑같이 인사를 해 준다. 아주 가끔 중2병 세게 온 청소년들이 무시하고 가거나, 같이 타는 일행들과 얘기하느라 나의 인사를 못 들어서 안 하는 정도?


한국 승객들은 흑… 남녀노소 불문 인사 잘 안 해주시는 편이다. 저는 한국인이니까 알잖아요? 눈인사나 고개 까딱 목례를 한 게 아니라 그냥… 낫띵.


한국비행 좋아하는 짝꿍이 내 건너편에서 안뇽하세요~ 어숴오세요~ 열심히 말하는데 자기를 그냥 스윽 보고만 지나가고 hi back 해 준 승객이 아무도 없다며, 혹시 자기 발음이 잘못됐냐 물어보길래 아니 나도 대꾸 잘 못 받아~ 속상해하지 마~ 말해준 적도 있다.


재밌는 점은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길보다 유럽에서 ->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인사를 더 잘 받아 주신다는 것. “어머 한국인 승무원이 있어!” 또는 “한국말 들으니까 좋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한국인 승객들 영어 못하는 거 아닌데 왜 sorry 랑 thank you 잘 안 하냐는 질문도 종종 들어봤다. 하 저도 모르겠고요… 저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고요…


 

시드니에서 먹은 문어요리



왜 이렇게 커피를 좋아해?


한국 비행 처음 해보는 승무원들이 진짜 깜짝 놀라는 부분! 막연하게 아시아 국가니까 차를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유럽인 동료들이 많은데 브리핑 때부터 꼭 한 번 짚어주는 부분이다. 한국 사람들은 커피를 사랑한다고!


한국 자주 오는 동료들은 승객들이 대체로 설탕, 크림 없이 블랙커피 좋아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 커피 전혀 안 마셔’ 이러면 wow you are not Korean이라고 받아 칠 정도.ㅋㅋ 근데 진짜 언제부터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커피를 좋아하게 됐을까요? 저는 어렸을 때도 더위사냥조차 싫어했는데… 아침 서비스 할 때 끝도 없이 커피 따르다 보면 여기가 스타벅스고 내가 바리스타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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