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라 하면 대부분 립스틱 바르고 구두 신은 여자를 떠올릴 것 같은데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전체 승무원의 20-30 퍼센트 정도가 남자다.
한번 비행할 때 기종에 따라 많게는 23명? 적으면 10명 새로운 크루들을 만나는데 대부분이 여자이긴 하지만 남자 한두 명은 꼭 끼어있는 듯. 가끔씩 올 여자인 비행 하면 브리핑 룸에서부터 어머 오늘은 다 여자네~
최근 비행에서는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일했는데 나랑 한국인 선배님 말고 우리 이코노미 주방 다섯 명 중 세 명이 남자! 이런 성비는 또 처음이라 신기했다.
남자 승무원들 제일 부러운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출근 준비하는데 여자들에 비해 시간이 많이 안 걸린다는 것! 나 일어나서 샤워하고 머리하고 화장하고 정신 하나도 없을 때 슬슬 일어나서 샤워 휘리릭하고 옷 휘리릭 입고 나오는 것 같다. 들고 다니는 짐도 여자 크루들에 비해 간소한 편, 3박 4일짜리 긴 비행에도 작은 기내용 가방 하나만 들고 다니는 거 보면 부럽다. 짐이 왜 이리 없어하니까 속옷 하나 티 하나 바지 하나면 된다던 우리 chill guy 들 ㅋㅋㅋ
우리 회사 포함 유럽/미국 항공사 남자 승무원들 유니폼 규정도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랑은 사뭇 다를 것이다. 일단 겨울 유니폼에 비니가 포함되어 있고 머리 긴 남자, 빡빡머리 대머리 남자 승무원도 참 많다. 두상 때문인지 아님 일상 속에서도 대머리 남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빡빡머리에 유니폼 입고도 큰 위화감이 없다.
긴 머리 남자 승무원이라 하면 덥수룩한 이런 머리가 아니라 진짜 나보다 머리가 긴 스타일을 말한다. 나는 십몇년째 항상 단발과 쇼트커트 사이 그 어느쯤의 기장을 유지하는데 나보다 머리 긴 남자도 참 많다.
이런 남자 긴 머리도 여자 긴 머리 규정과 같다. 어깨에 닿는 기장 이상이면 무조건 묶어야 함~
예전 어느 비행에선 나이 지긋한 남자 사무장이랑 비행했는데 머리 돌돌 말아 똥머리 하고 스크런치 (나 때는 곱창밴드라 불리던 바로 그것)까지 회사 유니폼 색에 맞춘 남색으로 마무리까지 예쁘게 하고 왔더라.
이런 거 볼 때마다 새삼 다시 아 내가 유럽회사를 다니는구나-라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