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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일기] 대답하기 힘들었던 유럽인 동료들의 질문

여러분들은 뭐라고 하실래요

by 플라워수


울산 여행 갔다왔어요


한국 비행하는 날이면 회사 도착해 브리핑하는 순간부터, 인천 랜딩 후 호텔방 들어갈 때까지 근 20시간 내내 동료들의 한국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진다.


서비스 끝나고 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밥 먹을 때, 긴긴 와치 시간 보낼 때, 한강 따라 호텔 가는 크루 버스 안에서 들었던 질문들 중 대답하기 좀 어려웠던 것들인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하실래요?



한국인들은 성이 다 똑같네?

승무원들은 비행 전에 미리 승객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어디 앉는지 이름이 뭔지 영문명으로 적혀서 나오는데 한국인이 많이 탈 때는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없이 Kim Kim Kim Lee Lee Lee Park Park Park 이 나온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아무 생각 없었는데 유럽인들 눈에는 이게 너무나 신기한가 보다.

우리 회사 유니폼 명찰에도 퍼스트 네임은 이니셜만 나오고 라스트네임인 성씨만 풀로 나오고, 유럽 집 초인종도 다 라스트네임만 쓰여있는 등 서양은 라스트네임이 좀 더 중요한 문화라고 할까요 분명 이것에 관한 연구가 있을 텐데~ 아무튼 오늘 Park 이 30명은 탔는데 다 너의 가족이냐며 진지하게 물어보던 크루도 있었고,

한국 사람들 성이 다 같은데 어떻게 구분을 하니? 하던 어떤 동료에게 킴, 리, 팍은 독일의 삼대 성 뮬러 마이어 슈나이더 같은 거야~라고 하면서 성은 같지만 이름이 다 다르고 뜻도 다 다르다 말해줬다.

”나 살면서 나랑 성+이름 똑같은 사람 연예인 한 명 말고 실제로 본 적 한 번도 없어! 근데 너 마리아 열명 슈테피 열명 슈테판 열명쯤 알지 “ 하면 빵 터진다.

한국 좀 와본 애들은 한국인 성씨는 왜 저 김이박 세 성씨가 압도적이냐 묻는다. 내 말이… 나도 몰라..



이거 한국말로 어떻게 써?

white people dietary requirement라고 내가 좋아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하는 농담이기도 한데 서양인들 (대체로 백인들) 식습관은 정말로! 다채롭다. 채식주의자도 많고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도 많고 어쩌고저쩌고… 우리 동료들도 종종

“Can you write ‘i dont eat meat’ in Korean for me? ” “I have peanut allergie, no peanut please in Korean”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고기와 생선을 전혀 먹지 않습니다/저는 땅콩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등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닌데 동료가 나 이거 한국말로 뭐라 말해? 한국어로 써줘! 하며 부탁한 말

„ No MSG in my food please “

“음식에 msg 조미료를 넣지 말아 주세요”

아…

또박또박 써주면서도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비행 온 동료들이 꼭 한번 들르는 곳은 광장시장, 명동이고 주로 사 먹는 음식은 비빔밥, 불고기, 감자탕, 치킨, 코리안 바비큐 등인데 이런 거 먹으러 가면서 msg를 피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msg를 안 쓸까?? 이게 무슨 유난인가 싶고…


“너가 써준거 보여주면 msg 안 넣겠지?” 라는데 그냥 건네주면서 굿 럭..이라고 말해줬네요.





한국어로 youre welcome, 을 뭐라고 하니?


많은 외국인 크루들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는 잘한다. 어느 외국어를 배우던 맨 처음에 나오는 게 hi, thank you, youre welcome인데 이제 앞에 두 개를 할 줄 아니 다음 스텝을 물어본다. 한국어로 유얼 웰컴 아 너무 어려운 말…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네/아니에요/어머뭘요~ 이 세 개를 제일 많이 쓰긴 하는데 이걸 또 뭐라고 설명하며..

천만에요 라는 말이 있긴 한데 나 3n 년 평생 살면서 몇 번이나 썼나 싶고, 이 말하면 교과서에서 튀어나온 사람 같아 it sounds like you are just out of the textbook라고 말해주면서 넌 외국인이니까 그냥 웃으면서 고개 끄덕이면 된다…라고 말했다.



카타르 항공 비즈니스



아침에도 김치를 먹니?? 티피컬 한국 아침 식사가 뭐니?


유럽에서도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은 김치, 대부분 좋아하지만 서양 음식에 비해 맵기도 하고 마늘이 많이 들어가 먹는 걸 꺼리는 유러피안도 많다. 아침에 김치를 먹니?라고 묻는 크루들이 종종 있다.

글쎄 시리얼이나 빵 먹을 땐 곁들이진 않는데 코리안 스타일 아침 먹으면 김치도 당연히 반찬 사이드 디쉬로 놓이기도 한다~라고 대답을 했더니 전형적인 한국식 아침식사는 뭐야?라고 질문이 따라왔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독일은 맥주 프랑스는 레드와인 이런 공식이 있듯 이탈리아 아침은 달달한 페스츄리 빵 종류에 커피, 중국식/홍콩식 아침은 콘지 정도로 통용되는 아침밥 아이템이 있는데 한국식 아침 식사는..?


전날 술 마신 사람들은 국밥 주로 먹고.. 과일도 먹고.. 나 직장 다닐 땐 샌드위치나 김밥 많이 먹었고.. 엄마가 맨밥에 김 싸주는 것도 있고… 아침 안 먹는 사람도 있고… 대답하면서 … 말 줄임표만 늘어나는 것 같다.



몰카를 왜 찍니?


기내에 이코노미스트, 슈피겔, 모노클 등 시사 매거진들이 실리곤 한다. 흥미로운 한국 관련 기사들이 실리면 이거 진짜냐고 로컬인 나의 의견을 묻는데 그날 따라 몰카 기사가 실렸다. 아무도 읽지 않길 바랐건만 갤리에서 쉬는 시간 내내 온갖 질문에 시달린 나..

왜 찍냐? 찍어서 뭐 하냐? 우리 호텔은 안전하냐? 명동 화장실 안전하냐? 바 화장실 가도 되냐? 수영장 갈 건데 괜찮냐?

이 질문은 정말 대답할 말이 단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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