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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워수 Jul 29. 2023

[비행일기] 기내화 유니폼화

장거리만 타는 승무원이 일할 때 신는 신발


주변에 다른 항공사 다니는 승무원 친구들이 꽤 많았다. 카타르 에티하드 에미레이트 등 중동 3사 외에도, 대한항공 제주항공 등등~


만나서 얘기할 때마다 친구들이 놀라던 점 중 하나가 우리 회사는 유니폼 신발, 기내화, 체크인 가방 등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회사는 유니폼에 저 아이템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더라고요? 사비 들여서 살 때마다 왜째서죠 이런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닌데, 그래도 정해진 규정 안에서 내 취향, 내 몸에 딱 맞는 걸 고를 수 있어서 큰 불만은 없다.

왜냐면 나는 한국 여자치고 발이 크고 (250-255) 발 볼이 매우 넓기 때문… 또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짧고, 등산 웨이트 풋살 등 운동도 엄청 많이 하고 어릴 땐 높은 하이힐도 많이 신고 다녔던 지라 발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무지외반증 당연히 있고요~ 이런 발인데 딱딱한 구두 신고 10-14 시간을 비행한다? 오 마이갓​


처음 입사해서 산 기내화랑 유니폼 신발은 유명한 독일브랜드 가버였다. 유럽 항공사 승무원 신발로 유명하다 전부터 들어왔었고 회사 동료들도 많이 신기도 해서 별생각 없이 샀었다.



이런 비슷한 거였는데 첫 비행하고 눈과 발에서 흐르는 것이 피눈물이네요… 내 발 잘 붓는다는 걸 잊고 딱 정사이즈를 사버린 것..^^ 터질 거 같은 내 발 ㅠ 게다가 바닥도 딱딱해서 너무 불편했다. 젤 패드 사서 깔아도 봤는데 나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가버랑 나랑 안 맞나 보다 싶어 다른 브랜드 신발 두 켤레쯤 한 사이즈 큰 걸로 사봤더니 발이 부어도 괜찮았지만 바닥이 딱딱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내 사랑 핏플랍!!


그리스에서도 미국에서도 베를린에서도 일년 내내 핏플랍

호크룩스 마냥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 상관없이 한국 미국 그리스 베를린 미국 아시아 유럽에서도 맨날 핏플랍만 신고 살았는데 왜 생각 못했지 하며

2018년에 미국 놀러 갔을 때 바로 구매했다. ‘무늬, 장식 없고 굽 있는 검은색’ 이어야 하는 회사 구두 규정에도 맞는데 워터프루프 돼서 음료 흘려도 걱정 없고, 앞코 튼튼해서 랫치 잠그고 트롤리 브레이크 밟아도 까지지도 않고, 바닥도 폭신폭신해서 13 시간 걸어서 비행 갈 때도 발 안 아프다.

그 후로 현재까지 항상 모든 비행에서 신고 있다. 사 년 내내 장거리 비행에도 평소에도 열심히 신는데 닳지도 않는 기특한 내 신발. 딱 하나 단점이라면? 패션에 관심 없는 독일애들이 내 신발 보고 와우 할머니 신발 (oma schuhe 오마 슈에) 하며 놀란다는 것인데 어쩔 거야 내 건강이 더 중요하거든! 족궁 무너지면 안 된다 이거예요​


원래도 짱팬이었는데 비행하면서 핏플랍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내년쯤엔 한 켤레 새로 장만해야 될 것 같은데 내가 필요한 이 모델이 몇 시즌째 눈에 띄질 않아 생산해 달라는 고객의 소리 겸 나처럼 오랜 시간 서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참고하시라 쓰는 포스팅이다. 핏플랍 제발 검정 단화 만들어주세욧


#내돈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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