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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워수 Aug 04. 2023

[비행일기] 더 이상 @@만 찾지 않는 한국인

9년 동안 지켜본 한국 승객들의 변화


승무원 일 한지 9년이나 되었다. 역삼역에서 출퇴근 시간 그 복잡한 2호선 타던 게 9년 전이라니 소름! 엊그제 같은데요! 그동안 비행하는 얘기들 풀으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긴 한데,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보이는 ‘한국인 승객들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조금 논문 제목 같군요 [외항사 승무원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인 승객들의 8년에 걸친 변화-기내 서비스를 중심으로]

우리 회사 한국 비행 갈 때 한국인 승무원이 많을 때는 4명까지도 있지만 요즘엔 두 명? 간간히 나 혼자 한국인 덜렁 있을 때도 있다. 브리핑 때 사무장들이 “My dear Korean experts, 우리에게 한국 비행에 대해 말해줄 것 있니?”라고 물어볼 때 나의 대답은


​When they say water, its 99% still water.
When they say coffee, its 99% black coffe.
When they say wine, its 99% red wine.


였다. ‘탄산수 원하는 승객은 먼저 스파클링 워터 달라한다’를 덧붙여서. 근데 최근 3년 정도, 마지막 문장은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비즈니스고 이코노미 클래스고 화이트 와인을 찾는 승객들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

뤼데스하임에서 마신 리슬링


체감상 입사 초~2018,9년까지는 레드 와인 90%, 화이트 와인 10% 정도의 비율로 나가서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일할 때는 음료 트롤리에 레드와인만 네 병쯤 싣고 화이트는 한두 병만 넣었다. 비즈니스에서 일할 때도 레드와인은 종류대로 다 열어놔도 화이트는 찾는 승객이 없어 비행 끝날 때까지 한 병도 안 딴 적도 가끔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클래스 불문 레드 65-70%, 화이트 30-35% 정도로 화이트 와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 물론 다들 와인 주세요!라고만 하셔서 내가 어떤 와인요?라고 되물어봐서 나온 대답을 바탕으로 나온 수치입니다.


​안 그래도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출처 dbr.donga.com


https://winein.co.kr/2022%EB%85%84-%ED%95%9C%EA%B5%AD-%EC%99%80%EC%9D%B8%EC%8B%9C%EC%9E%A5%EC%9D%84-%EB%B3%B4%EB%8A%94-%ED%82%A4%EC%9B%8C%EB%93%9C-%EC%99%80%EC%9D%B8%EC%9D%B8/


주세법 개정과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 홈술, 홈파티 족이 늘면서 국내 와인시장이 활성화되었고 그로 인해 취향이 다양해지며 화이트 와인의 소비가 늘었다는 것! 화이트 와인이 레드 와인보다 입문용으로 선호되어 소비가 늘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원래도 나는 레드 와인 안 좋아하고 일 년 내내 화이트만 마시던 터라 “화이트 와인은 달기만 하다더라” 혹은 “레드 보다 질이 별로다” 이런 선입견? 이 좀 안타까웠는데 무궁무진한 화이트 와인의 세계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니 반갑다. ​


사실 일 할 때도 화이트 와인이 더 편하다. 흰 유니폼에 튄 레드 와인 자국은 잘 안 지워질 때도 있고 혹시 내가 승객한테 흘리거나/ a 승객이 실수로 b 승객의 레드와인잔을 쳐서 몸에 다 쏟아져서 싸움이 난다거나 (최근 비행에서 있었던 일…) 이런 일도 덜하다. 화이트 와인 도수가 좀 더 낮아 승객들이 덜 취하는 것도 장점! 화이트 와인 마시고 토했다는 승객은 아직 못 본 것 같다. 병 역시 기내 칠러에 넣어버림 되니까 보관도 편하다.


한국 사람 화이트 와인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게 나 혼자만의 이론이 아니라 전문가들도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앞으로 브리핑에서 한국 사람은 레드와인만 마신다!라고 말할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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