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라는 말

우리 딸은 들꽃이야

by 유소이

우리 딸은 들꽃이야

무명가수로 떠돌던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듣는 아버지의 소식이었다.

교통사고.

연락 없이 지내온 시간이 있었지만, 아프다는 소식 앞에 나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십수 년 만에 마주한 아버지는 지푸라기처럼 야위어 있었다.

딸을 가장 귀한 존재로 여겨주던 분이지만, 현실적인 도움은 주지 못했던 아버지.

말을 잇지 못하고 서 있는 나를 향해 손짓하셨다.

“어디서 왔어?”

“미사리…”

나는 숨을 내뱉듯 말했다.

“무명이라 쉬는 날도 없고, 유명한 가수만 찾는 세상이라… 그냥 먹고사는 거예요.”

그 말에 아버지는 내 손을 조용히 잡고 말씀하셨다.

“우리 딸은 들꽃이야.

들꽃도 향기가 짙으면, 나그네가 발을 멈춰.”

**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멈추지 않는 눈물.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미소 지으며 물으셨다.

“우리 딸 머리핀 하나 사주고 싶은데…”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몇 살인데… 핀은 어울리지도 않아요. 이마도 납작한데…”

**

그날, 우리는 짧은 몇 마디를 나눴고,

그것이 맑은 정신으로 나눈 마지막 대화가 되었다.

아버지는 결국 떠나셨다.

무너져가는 삶을 견디다가,

딸에게 머리핀 하나 사주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어릴 때, 내가 피아노를 치면 시름을 잊으시던 아버지.

스무 살,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관객석에서 기립박수를 보내던 아버지.

‘우리 딸은 들꽃이야’

그 말 한 줄이 나를 살게 했다.

**

이제 나는 봄을 좋아한다.

움트는 새싹과 들꽃처럼,

매일을 다시 피워내는 계절.

아버지,

딸은 여전히 노래합니다.

당신이 말한 들꽃처럼,

누군가의 발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향기를 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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