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
예전에 같이 살던 후배가 청소를 하다가 지친 모습으로 나를 호출한 적이 있다
" 언니 아무리 치워도 표시가 안나
어떻게 좀 해줘 봐 "
내가 몇 번 왔다 갔다 했더니 집안 곳곳이 드러나고 환해졌다
어떻게 한 거냐고 후배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냥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놨을 뿐이라고 얘기했다
집안을 잡다한 물건들로 꾸미는 것보다 필요 없는 것들을 치우는 게 정리정돈의 비법이다
정돈을 위해선 정리가 필요하다
정리는 날을 잡아서 한 번에 해치우는 게 아니다
매일 조금씩 늘 반복하는 습관이어야 한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고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때 그 글을 읽고 느낀 바가 많았다
책을 읽을 때 어떤 문구나 문장 하나가 마음에 가득 들어오는 경험을 해본이라면 내 마음을 알 것이다
원래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던 내게 그 글은 새로운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다
수납함을 사서 채우던 정리에서 애초에 신중하게 구입하는 습관으로 바꾼 것이다
집안의 누군가 물건을 찾을 때 밖에서도 정확히 어디에 있노라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정리가 진짜정리다
물건을 구입하는 성향을 보면 인생전반의 태도를 볼 수 있다
나는 급한 성격대로 두 번의 생각 없이 단번에 물건을 사고 후회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젠 꼭 필요한지 두 번 세 번 생각해 보고 구입한 후에는 정말 요긴하게 사용한다
비싸더라도 잘 고른 물건은 마음이 흡족해지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싸다고 잡다한 물건을 이고 지고 돌아오면 생활 전반이 초라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삶의 모든 일이 이와 같았다
좋은 것을 알아보는 밝은 눈을 가지고 내 앞에 닥친 일들을 바라보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었다
버리지 않는 것을 검소하다고 여겼는데 욕심과 집착이 대부분이었다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은 "정리"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지혜로 잘 살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어지럽던 젊은 날은 대부분 무질서했지만 앞으로의 내 시간들은 정돈된 모양일 것이라 믿는다
나는 고요해지고 편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