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한 줄
아침 잠이 단 바람에 깨어나기 아쉬운 날이었다.
커튼 너머로 희끗한 하늘이 흐린날씨를 이야기한다.
머리를 집어 올리고 양치를 하면서 로봇청소기를 작동 시킨다.
오늘의 시작도 여느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날이 또 괜스레 마음에 드는 아침이다.
커피를 내리고 작업실로 향해 블라인드를 조절한다.
읽어가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다.
조금 어둡나 싶어 조명을 켠다.
고양이도 자고 청소기도 제 할 일을 마치고 돌아갔다.
나는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책에 몰입이 한창이던 그때, 보던 책의 종이 위로 한 줄기 빛이 내렸는데 마침 책의 삼분의 일 지점이 마쳐가던 때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문장에서 아 - 하고 탄성이 나오던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행복감이 차올랐다.
오늘 찾은 보물은 한 줄 빛과 한 줄 문장.
별거 아닌 것도 별것이 될 때 그럴 때 비로소 가치는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