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비를 내린다.
며칠째 강풍 주의보 재난 알람이 울린다. 산불이 진압되지 않은지 사흘이 지났다. 마른나무와 낙엽들은 바람을 탄 불에 속절없이 타들어간다. 모두의 마음이 조급해진다. 봄소식에 산수유도 진달래도 피어날 이 좋은 날에 산불이 진압되지 않고 있다.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주면 좋으련만. 오늘도 해는 쨍쨍하고 바람은 창문을 흔든다. 먼 동네 이야기지만 우리 동네가 될 수도 있는 남 일이 아닌 문제다.
우리는 흔히 시련을 맞닥뜨렸을 때 마음에 비가 내린다거나 바람을 맞았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그 시적표현이 우리 삶에 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우리는 시원하게 내리는 비에 개운함을 느꼈고 어떤 뜨거운 날 산들바람에 미소를 지었다.
태양빛에 태어나는 꽃도 있지만,
흔들리는 바람에 터져 나오는 꽃도 있다.
어떤 꽃은 빗물에 낙화하지만,
어떤 꽃은 빗물에 마음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삶의 중요한 진리는 흔들릴 때 깨닫게 되고
흠뻑 젖어본 사람이 말리는 방법도 알게 된다.
끝으로 우리는 적어도 깨닳은 만큼의 그 진리와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지능을 가진 동물이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마음,
누군가를 돕는 마음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꼭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라도 힘은 보태진다.
바람이 분다, 우리는 비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