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세계
단어는 언어를 이루는 기본적인 단위입니다. 우리는 단어로써 무언가를 직접 가리키거나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며 단어를 적절한 방식으로 조합해 문장, 대화, 텍스트를 구성합니다. 다시 말해 단어는 실질적인 언어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자 중추적인 블록입니다.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와 같은 외국어를 공부 할 때도 어김없이 단어를 공부하게 됩니다. 해당하는 언어의 기본적 표현을 숙지하고 있어야 다음 단계의 공부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이미 상급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단어를 공부하여 이해와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단어는 언어의 우연성, 역사적 구성성과 형식성이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백여년 전 단어의 소리와 같은 어떤 기호가 특정한 의미와 반드시 결합해야 할 논리적 이유가 없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가령 /책/이라는 음성 기호가 반드시 'book'에 해당하는 물체나 개념을 의미하도록 짝지어질 필연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소리와 의미는 우연적으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한 언어 안에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단어의 소리와 의미가 변해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어의 우연적, 역사적 속성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반면 단어에는 변치 않는 질서와 원리 또한 있습니다. 수많은 단어들은 그 의미적 성격에 따라 내용어(content word)와 기능어(functional word)로 분류할 수 있으며 형성 방식에 따라서도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현실' 처럼 어근에 접사를 붙여 만들어진 단어는 파생어(derivational word)라 부르며 '영어책' 처럼 두 개 이상의 어근이 결합한 경우 합성어(compound)라 부릅니다. 이러한 형식적 구별은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등 관찰된 거의 모든 언어에서 발견되는 원리입니다. 물론 세부적 현상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또한 시야를 더 넓혀 수천종의 언어를 살펴보면 비슷한 원리를 지닌 단어들끼리 그룹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구조적 보편성이 관찰됩니다.
여기서는 한국어와 영어에 집중해 단어의 기본적인 원리와 개념, 주요 현상과 배경지식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수 많은 단어에 숨어있는 공통된 원리와 단어에 관련한 재미있는 배경지식을 알아보고 독자가 실제 단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여기서 다룬 이야기는 다소 원론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영어 학습이나 국어 공부, 특히 언어와 매체 등 문법을 다루는 과목에 직간접적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언어에서 단어가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단어에 대해 책 한 권 분량의 지식을 얻어가는 것은 그 자체로 괜찮은 생각이 아닐까요?
물론 제가 쓴 이 글들이 단어라는 복잡미묘한 대상을 충분히 설명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더 깊고 넓은 공부가 필요하다 느껴지신다면 좋은 책과 자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단어를 연구하는 '형태론' 이라고 하는 분야를 참고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이 책을 통해 언어를 막론하여 단어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윤곽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단어에 대한 약간의 지식은 물론 읽는 재미를 느끼신다면 저에게는 더 없는 기쁨일 것입니다. 그러면 단어의 세계를 여행하러 가 볼까요?
목차
1. 단어의 정체
2. 내용어와 기능어
3. 품사
4. 형태소와 단어
5. 단어의 종류
6. 단어 형성법
7. 접사
8. 패러다임, 보충법과 불규칙 변화
9. 단어의 발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