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두 갈래 2

단어의 세계

by 정진

우리는 앞서 단어들을 의미에 따라 내용어와 기능어로 나눌수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어의 내용어와 기능어의 구별이 영어와 똑같지는 않아요. 물론 앞선 '-이다'의 예시에서 보듯, 한국어에서도 의미의 실질성 기준에 따른 분류는 여전히 작동합니다. '사과'나 '택시', '달리기', '병원'처럼 내용적, 어휘적인 항목과 '-이다', '-니', '-까'와 같이 문법적, 기능적인 부류는 다르니까요. 다만 한국어에서는 이 기준이 단어보다는 보통 그보다 더 작은 단위인 형태소를 기준으로 논의된다는 점에서 영어와 다릅니다.


형태소(morpheme)란 언어 단위 중 의미를 가지고 있는 최소단위입니다. 다시 말해 형태소를 더 나누면 의미가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물'은 단어이자 형태소입니다. 따라서 '물'이라는 소리를 '무'와 'ㄹ'로 나누면 아무 의미도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다른 예시로 '물을 마셨다' 라는 문장에서 '-었'은 해당하는 문장이 과거에 일어났다는 점을 나타내는 형태소입니다. 만약 여기서 '-어-'를 뽑아낸다고 해도 더이상 같은 의미를 감지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두개의 형태소로 이루어진 '딸기 케이크'는 '딸기'와 '케이크'로 분해해도 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형태소가 의미를 가진 '최소단위' 라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형태소들 중 내용어처럼 의미가 실질적인 부류를 어휘 형태소(lexical morpheme), 형식적이고 기능적인 경우를 문법 형태소(grammatical morpheme)라 부릅니다. 여기서도 내용어와 기능어의 구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의미의 실질성과 문법, 기능성을 기준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의미의 실질성을 다르게 말하면 의미의 구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바다', '컴퓨터', '달리기'는 나타내는 바가 언어 바깥의 세계나 우리의 마음 속에 구체적인 대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구체적이며 실질적입니다. 반대로 ‘바다에’에 포함된 조사 ‘-에’의 의미엔 이러한 실질성이 없고 단지 문법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만 있습니다.


보통 한국어에서 문법형태소로 분류되는 항목은 조사, 접사, 어미입니다. 여기서는 한국어 문법 형태소의 기능성, 형식성을 살펴보기 위해 조사에 집중해봅시다. 접사나 어미는 단어 형성법이나 단어의 구조에 대해 다룰때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조사는 의존 형식 중 하나로 체언 (명사, 대명사, 수사)과 결합해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항목입니다. 흔히 '토씨'라고 부르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주격 조사 '-이/가', '-께서', 목적격 조사 '을/를', 관형격 조사 '-의' 등이 있습니다. 조사는 크게 세 종류가 있어서 격조사, 접속조사, 특수조사 (혹은 보조사)로 나누어집니다. 격조사는 체언의 문법적 자격인 격(case)을 나타내고 접속 조사는 여러 요소를 연결, 즉 접속시키는 기능을 가집니다. 반면 특수조사는 격조사처럼 순수히 문법적 정보를 나타내기 보다는 의미, 정보, 맥락적 정보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 추상물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문법적, 기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조사를 개략적으로 정리한 표와 예문입니다.


격조사


주격조사: '-이/가', '-께서'

목적격 조사: '-을/를'

관형격 조사: '-의'

부사격 조사: '-에', '-에서', '-와', '-에게' 등, 다른 격조사보다 종류가 많다.

호격 조사: '-야',' -여', '-아' 등

예문: 철수가(주격조사) 영희의(관형격 조사) 와인을(목적격 조사) 마셨다.


접속조사


'-와/과', '-하고', '-랑', '-이나' 등

예문: 파스타와(접속조사) 피자를 주문했다.


특수조사 (보조사)


'-은', '-는', '-도', '-만', '-마저', '-이나', '-조차' 등

예문: 철수도(특수조사) 수학마저(특수조사) 공부조차(특수조사) 하지 않았다.


이처럼 조사는 다양한 종류와 사용을 가지고 있지만 일관적으로 문법, 기능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조사들마다 가지고 있는 기능과 의미의 종류가 다릅니다. 게다가 특수조사의 경우 문법 외, 맥락적 의미와 연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기능적'이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도'는 '철수'보다, '-마저'는 '수학'보다 내용적, 실질적 의미가 희박하며 문법 기능적, 논리적 의미를 나타낸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언어를 이루는 기초적인 블럭인 단어와 형태소에 기능적인 부류와 실질적-내용적인 부류가 있다는 점을 알아보았습니다. 이 원리는 영어와 한국어는 물론 알려진 거의 대부분의 언어에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입니다.


끝으로 영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영어의 내용어와 기능어를 품사에 따라 정리한 표를 부록으로 첨부하며 이 장을 마칩니다. 품사 옆 괄호 안에 제시된 것은 해당 품사의 예시가 되는 단어들입니다. 이후 품사에 대한 내용을 다룰 때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영어의 내용어: 명사(book, horse, people), 형용사(red, tall, cold), 동사(run, speak, steal), 부사(well, sadly)

영어의 기능어: 대명사(it, she, he, you, I), 접속사(and, but, or, so), 전치사(to, for, on),

한정사/수량사(a, the; many, much, some, all, 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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