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법을 ‘하나씩’ 설명합니다

용어를 이해하는 문법

by 정진

0. 문법의 문제


문법을 통해 영어를 공부하면 부딪히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문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법을 어느정도 알아야 한다는 모순입니다. 문법이 햇갈려서 찾아본 해설 또한 햇갈리는 문법 용어로 적혀있기 때문이죠. 이 책은 이런 어려움을 타파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영문법의 전반적 내용을 설명하고 예시를 통해 연습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무엇보다 문법적 개념과 용어를 명확히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용어와 개념은 어떤 분야를 이해하기 위한 첫 단추입니다. 가령 음악을 공부한다면 음정, 화음, 리듬을, 화학을 공부한다면 분자, 화합물, 점도 등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용어/개념적 기초가 없으면 애시당초 해당 분야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워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영문법의 경우에도 기본적 개념과 용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영문법의 기본적 용어에 친숙해지면 더이상 문법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당장 어려운 문장이나 문법사항을 마주쳐도 그에 대한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영문법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문법과 영어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문법을 잘 알지 못하면 외국어를 깊게 이해하기 어렵고 더 많은 부분을 암기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를 타파하려면 역시나 문법을 '알아들을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 책은 영문법을 이루는 개념과 용어에 방점을 두어 설명합니다. 주어, 목적어, 보어나 관계절, 종속절과 같은 개념들 말이죠. 각 개념을 중심으로 내용을 설명한 뒤 예문을 통해 알아본 내용을 연습, 적용할 수 있는 파트도 마련했습니다.


그러면 문법이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해봅시다.


1. 문법(Grammar): 어휘와 표현을 조합해 문장을 구성하는 체계적인 규칙


모든 언어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어휘, 두 번째는 어휘를 조합해 문장을 구성하는 규칙인 문법입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사람은 사과, 점심, 저녁, 먹다, 서울시, 버스, 출근하다 등의 단어를 외우는 것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휘와 표현을 아는 것은 어떤 언어의 내용적 블럭(block)을 학습하는 것으로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사과'라는 단어를 모르면서 한국어로 '사과'를 표현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단어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을 '적절히' 조합해서 '적절한' 구조를 만들어야 비로소 문장이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에는 영어를 이루는 무수히 많은 (그러나 유한한) 단어가 있습니다. 단어를 모르고 영어를 읽거나 구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 단어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조합 규칙에 따라 문장을 형성, 이해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볼까요?


A가 아는 단어: apple, eat, James

a. *James eat apple. (의도: 제임스는 그 사과를 먹는다)
b. *Apple eat James . (???)

별표(*)는 문법적으로 틀렸음을 표시함.


이 시나리오에서 A는 apple, eat, James라는 세 단어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적절히 조합하지 못해 문법적인 문장을 만들지 못했고 의도를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예문 a는 주어 James에 맞추어 현재시제 동사에 -s를 붙이고 apple이 어떤 apple인지 표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런 한정이 없는 apple, 부정관사가 붙은 an apple, 정관사가 붙은 apple, 그리고 복수표시가 된 apples 등은 모두 지시하는 대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 관사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합니다.)


예문 b는 어떤가요? b는 a보다 더 심각합니다. a는 제임스가 사과를 먹는다는 대략적인 의도가 보이기라도 하지 b는 어떤 의도에서 그런 것인지 추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사과가 제임스를 먹는다는 말을 소설이나 시처럼 비유적 맥락에서 사용 할 수도 있겠지만, 이때도 마찬가지로 문법을 지키기 위해 동사에 -s가 붙어야 하며 apple이 어떤 apple인지 한정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각 언어의 어휘는 적절한 방식으로 조직, 조합되어야 합니다. 이때 이 조합 방식, 규칙을 바로 문법이라고 합니다. 즉, 어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해당 언어의 어휘, 표현과 이를 적절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조합하는 문법을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영문법'은 영어의 어휘와 표현을 의도에 따라 적절히 조합하는 체계적인 규칙입니다. 해당 언어, 우리의 경우 영어의 화자는 영어의 어휘와 표현은 물론 문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말한 문장의 뜻을 해석하고 또 다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영어를 아는 사람은 체계적 조합 규칙인 '문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족을 붙이자면 '단어' 대신 '어휘'나 '표현'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단어' 자체의 구성에도 문법적 원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Reunification'(재통합, 재통일)은 'unification'(통합, 통일) 앞에 're-'(다시)라는 접두사가 붙어 형성된 단어입니다. 따라서 단어 자체에도 문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어 '단어'라는 용어를 피했습니다. 이때 '어휘'는 조합규칙인 문법의 대상인 의미/음성적 '재료'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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